피할 수 없다면 가르쳐라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이 게임하는 것을 두고 머리를 싸맨다. 나도 마찬가지다. 게임으로 고민하는 아이들의 문제는 일부의 문제가 아니다. 거의 모든 청소년기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며, 서서히 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고민계의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예전 골목에 친구들과 몰려나가 고무줄놀이와 땅따먹기를 하면서 유년시절을 보내던 부모들은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에 익숙한 아이들 모습이 익숙하지 않다. 게임을 하는 자녀의 모습을 보면, 중독되는 것은 아닌지, 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닌지, 공부를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수만 가지의 생각으로 밤잠을 설치게 된다. 내가 공부를 못했으면 자녀도 공부를 좀 못하게 된 것은 유전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왠지 게임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핑계를 대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그러한 고민에 빠져 사는 부모에게 근본적인 물음을 하나 던지고 싶다.
[ 도대체 왜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인가? ]
게임을 하지 말라는 부모들은 게임이 자녀들의 인생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성찰해 본 적이 있는가 되물어보고 싶다. 혹시 본인은 게임을 별로 해보지 않았으면서 게임에 대해 어른의 시각으로 판단해 버리는 것은 아닌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명제는 과연 성립하는가? 비록 나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게임만 안 하게 된다면 자녀는 분명 앞으로는 좋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이 당연한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는 게 훨씬 쉬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부모들은 훨씬 어려운 '자녀와 대판 싸우고 스마트폰 뺏기'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결론도 비슷하지 않은가.
문을 쾅. 나 오늘부터 밥 안 먹어. 먹지 마 밥 차려줄 생각 없어. 너 핸드폰 압수야. 공부를 그렇게 좀 해라.
나는 어렸을 적 오락실을 꽤나 다니던 아이였다. 잠깐잠깐 다녔던 수준은 아니었고, 어렸을 적 스트리트파이터부터 고등학교 때 댄스 댄스 레볼루션까지 골고루 끈기 있게 다양히 섭렵한 수준은 되었다. 공부도 곧잘 하는데 오락도 잘하는 유별난 소년이었는데, 당시 엄마가 나에게 오락실을 가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나쁜 불량배가 많다는 것. 둘째는 용돈을 탕진한다는 것. 셋째는 게임에 빠져 공부를 소홀히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이러한 부모들의 불만 조건이 현시점에도 그대로 이어지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나는 이 사실들을 반박하고 싶다. 첫 번째. 불량배는 그 시절과 비하면 현저하게 줄었다. 그 이유는 오락을 하는 장소가 으슥하고 매캐한 오락실에서, 쾌적한 pc방 - 집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담배연기가 자욱했던 그 시절 오락실과, 금연장소가 되어버리고 여가시설이 돼버린 pc방은 '게임을 하는 곳'이라는 목적은 같지만 그 지리적 입지와 의미는 완전히 변해버리고 말았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느냐 하면, 후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게임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적어도 장소의 제약에서는 현시대가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다. 오락실에 간 아들이 함흥차사가 되어 집에 돌아오지 않을 때 엄마가 몽둥이를 들고 찾아오는 광경은 이제 사라진 게 팩트다. 게임을 하는 자녀를 통제하고 싶으면 방문을 여는 것으로 완료된다.
두 번째로 게임에 들어가는 비용 자체도 많이 줄었다. 왜냐하면 게임기의 경계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게임 기능을 제외하고라도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기가 되어버렸다. 닌텐도 스위치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콘솔 게임기들은 약간 벗어나 있지만, 적어도 게임을 할 때마다 돈을 바꿔 소비하는 등가교환의 법칙은 다소 복잡 다양한 의사결정의 과정으로 변화되었다는 게 팩트이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게임하는데 한 푼도 들지 않을 수도 있고, 고가의 그래픽카드를 소비하고 헤비 현질러가 될 수도 있지만 결국 그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지, 그 갈림길은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 번째.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있는 문제는, 나도 다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게임은 너무 재미있고 즐겁기 때문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을 더 하고 싶고, 재미없는 일은 하기 싫어하는 것이 본능이다. 게임을 하지 않는다면 어린이와 청소년기의 자녀들은 계속 공부만 하고 살아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일을 찾았다고 치면, 그 일에 몰입하게 되는 것은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부모는 더 재미있는 일을 찾아주려고 노력한 적이 있는가?
혹시 '게임할 시간에 공부나 해!'라고 윽박지르는 게 전부였다면 그냥 게임이라도 하게 두는 게 정서적 발달에 좋을 수도 있다.
< 다음 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