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필름을 사면서 처음으로 흑백 필름을 몇 개인가 같이 사 보았다. 평소 필름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사진을 찍곤 하지만 뭔가 값비싼 카메라도 아니고 엄청난 걸 찍는 것도 아니고 몇만 원 주고 산 자동카메라로 그냥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고양이들이나 꽃이나 하늘이나 친구들. 그런 걸 가볍게 찍는 정도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휴대폰 카메라로 찍으면 될 걸 굳이 필름 값에 스캔비를 들이며 찍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의 오래되고도 소소한 취미 생활이다. 그렇게 처음 사 본 흑백 필름이 지금 카메라에 들어 있는데 알고 보니 항상 스캔하는 곳에서는 흑백 필름은 스캔이 불가하다고 하고, 그럼 다른 곳을 가볼까 싶어 찾아보니 흑백 필름은 일반 필름보다 더 비싸다. 나는 흑백 필름을 넣고도 평소처럼 나무나 달려가는 고양이 같은 걸 아무렇지도 않게 찍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있자니 갑자기 조금 더 멋진 걸 찍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부담감이 느껴졌다. 어쩐지 보다 '전문적'이라 값이 비싼 건가 하는 기분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