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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현진 Jun 14. 2021

2021년 6월 14일 월요일

차분하고 사려 깊고 쉽게 흥분하거나 화내지 않고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겸손하고 어른스럽고 그러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잔부스러기 같은 행복들도 잃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항상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그 어딘가는 아무리 달려도 나오지 않고 삶은 유한하여 시간은 점점 줄어들 뿐이니 마음이 조급해지고 그래서 엉망진창인 인간이 되기 일쑤였는데, 꼭 목적지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혹은 목적지가 있다 해도 꼭 거기에 도달해야만 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조급해하지 않으면 언젠가, 십여 년 전 마음에 깊이 와닿았던 영화 '안경' 속 대사인데

물론, 이건 조급해하지 않아도 언젠가 도달한다는 뜻이겠지만 이제는 조급해하지 않은 채로 유유히 걷다가 도달하지 못한다면 그냥 거기까지,

꼭 목적지가 아니라 멈춰 서있는 그곳까지도 나쁘지 않겠다.

거기까지 가는 길에 만난 사람들과 풍경, 바람 공기와 온도 푸름과 꽃과 하늘과 고양이와...

그런 가득 찬 기억을 안고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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