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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현진 Jun 17. 2021

2021년 6월 17일 목요일

병원에 입원한 두두가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병원에서 보내온 사진은 점차 꼬질해지기만 해 오늘 데려올 심산으로 병원에 갔는데 오늘은 절대 안 된다고 한다.

아마 주말까지는 입원해 있어야 한다고.

이것저것 고기 캔과 간식을 뜯어보아도 고집스럽게 먹질 않아 겨우 츄르 하나를 먹이는 데 성공했다.

먹지는 않아도 궁둥이를 두들겨주니 평소처럼 좋아하여 축축한 털을 한참 쓰다듬고 두들겨주다 왔다.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완전한 타인의 고양이였는데 여러 가지 우연들이 겹쳐 닿을 일이 없던 나에게 와 적응하기까지 긴 시간.

이제는 그 작은 분홍 코를 들이대는 일이나 내 뺨에 궁둥이를 맞대고 잠드는 그런 일들이 너무도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렸는데, 작은 금속 케이지에 갇힌 두두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고작 궁둥이를 두들겨주는 일뿐이었다.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잠을 자며 쌓이는 정이 얼마나 촘촘한지, 차가운 케이지에 두두를 다시 남겨두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긴다.

수술을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고 하시는데 저 작고 말랑한 피부를 갈라야 한다고 생각하면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두두는 그저 집에 오고 싶을 뿐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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