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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현진 Jul 02. 2024

3년


내일은 두부의 기일이다.

두부가 이제 형체 없는 가루가 되어 유골함에 담겨졌다는 사실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데 꼬박 3년이 걸렸다.

나도 사이를 먹고 두두도 나이를 먹는 사이, 유골함에 담긴 두부의 시간만이 조용히 멈춰진 채다.

생각해 보면 두부와 함께한 그 모든 시간이 청춘이었다.

돈 한 푼 없이 직업도 없으면서 덜컥 고양이를 데려오고 그 고양이를 키우기 위해 일을 구하고 돈을 벌고. 지금 돌아보면 고양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으면서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두부의 움직임 하나, 특징 하나, 목소리 하나 그 모든 것들이 신비롭고 경이롭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시간에도 그저 두부만 보면 모든 게 즐거웠고 사랑스러웠고.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니 나도 너무 어렸고. 그래도 우리는 우리 나름으로 무척 행복했었다. 이제 어떤 고양이와 함께해도 그때 그 날 것의 시간으로는 돌아갈 수 없겠지. 매일 같이 누워 잠들고 아침에 눈을 뜨면 고양이 궁둥이가 얼굴 위에 올라와 있던 평화롭고 기가 막힌 시절로는.

내일은 두부가 항상 앉아서 바깥을 구경하던 창을 보러 갈 것이다. 바깥을 구경하다가 집에 돌아온 내가 두부-하고 부르면 눈만 움직여 나를 바라보던 그 창을. 두 팔을 들어 크게 흔들던 나를 보고  야옹,하고 작게 대답하며 앉아 있던 그 창을. 그 집이 사라지고 나면 비로소 나는 내 고양이와 영영 이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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