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낮잠을 자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보니 이미 저녁이었다. 도통 일어나질 않는 나를 깨우러 방으로 순찰 온 고양이가 귀여워 만면에 웃음을 띤 채 깨어났다. 요즘 너무 계속 빵만 먹은 듯 해 오랜만에 닭가슴살과 채소로 저녁을 먹었다. 얼려둔 초코맛 두유를 하나 꺼내 소파에 앉고 보니 오늘이 마침 문화가 있는 수요일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근처 극장에서 9시에 상영을 시작하는 영화가 두 자리 남아있길래 급하게 예매했다. 짧은 방학의 끝을 잠으로 보내버린 것이 자못 아쉬웠기 때문이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한 달간의 소비를 정리하고 8월을 준비하는 금액들을 차곡차곡 통장마다 나누어 담고 고양이 밥을 챙겨준 후 간단한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나는 이내 마음이 즐거워졌다. 온종일 잠으로 흘려보내 버린 오늘이, 마지막에 예매한 영화 한 편으로 완전히 무용한 하루는 아니게 되었다. 이토록 간단히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기분은. 그동안 간단히도 괴로워했던 복잡한 마음에 대해 떠올려본다. 7월과 함께 흘려보내고 8월은 감사의 마음으로 시작해야지. 내일은 동대문에 간다, 내게 보내준 다정함과 애정을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하지만 또 빵을 먹었죠, 그래도 새 마음으로 시작해 보는 8월 (이름이 유나가 되어버렸지만 그것 나름으로 즐거워 다이어리에 붙여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