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쩐 일인지 나를 깨우지도 않고 고양이는 작업 방 의자 밑에서 자신만의 휴식을 취하고 있다.
어제 서점에 갔다가 오랜만에 땀 흘리며 걷는 기분이 나쁘지 않아 만 보 넘게 걸었더니 오늘 아침, 잠에서 깨어나질 못했다. 아직 염증이 다 가라앉지 않은 환자의 상태인 걸 잊었다. 어제도 많이 먹고 일찍 잠에 들었는데 여전히 더 많은 휴식이 필요한 모양이다.
늦게 일어난 덕에 눈을 떠보니 한 달을 마무리하는 결산들이 도착해 있다. 아침에 먹을 빵을 실온 해동하는 동안 입금된 금액을 정리하며 달걀과 단백질 음료를 먹고 있다. 밀가루 없이 구울 수 있는 초코 파운드의 레시피를 보고 있다. 속도가 지지부진하던 책은,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한쪽이라도 책을 읽기로 마음먹은 이후 순식간에 다 읽었다. 책장 한켠에 먼지 쌓인 책들을 하나씩 꺼내봐야겠다. 여전히 매일은 걱정과 불안으로 이어지지만, 술을 끊고 아이스크림도 끊고 조금 나가서 걷고.
그리고, 손 닿는 곳에 책과 고양이만 있다면 어떻게든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생활이 간결해지는 것. 종교가 있든 없든 어느 정도 종교적인 색채를 띠게 되는 것, 어른이 된다는 건 내게 다소 이렇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