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3일 화요일

by 백현진

오래전 코엔지 골목, 친구의 방에서 둘이 술을 진창 마시고 이것저것 노래를 듣다가
어 그거 듣고 싶다, 그거 그거
그러네 그거 듣자며 그 노래를 틀고 와, 이 노래 너무 좋다, 감격한 기억은 있는데 다음날 일어나서 다시 그 노래를 들으려고 하니 제목은커녕 누구 노래인지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 노래가 뭐였지, 누구 노래였더라,
오케이 고? 아닌데 이게 아니었는데 다프트 펑크인가, 그것도 아닌 것 같아 라고.
결국 그때 그 '너무 좋았던 노래'의 행방은 영영 찾지 못한 채 다프트 펑크는 해체를 선언하고.
(그걸 듣고 불현듯 떠올랐다)
그리고 오늘은 브로콜리가 너무 먹고 싶었다.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가는 길 쌩쌩 부는 찬바람을 맞으며 초록색 복슬복슬한 머리를 가진 브로콜리를 내내 떠올렸다.
집에 돌아와 냉장고 속 브로콜리를 대충 썰어 올리브오일 두른 팬에 올려 굽다가 뒤집은 후 소금을 뿌리고 뚜껑을 덮어 익혔다.
나무를 닮은 생김새와 식물다운 향기가 좋다.
따끈따끈한 브로콜리를 먹으며 브로콜리의 위험한 고백을 흥얼거린다.
요즘의 매일은 온갖 기억들의 연속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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