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도착한 사진은 예전 내가 오래 살았던 동네, 우리 집을 올라가는 골목이었다.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그저 낡은 풍경.
오랜만에 간 그곳에서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여진이에게 인사하고 왔다고 한다.
그때 그곳에서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얼마나 많은 곳을 걸었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었나.
그 동네에 살면서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일이 없었다.
나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곳만 다녔고 나를 만나려는 사람들은 모두 내가 있는 그 동네로 왔다.
구석구석 골목골목 정독도서관, 대림미술관.
라이언 맥긴리와 수없이 많은 카페들.
삼청동, 인사동, 혜화, 안국, 종각, 종로, 을지로, 경복궁, 명동까지 걸어 다녔다.
지금은 사라진 mmmg카페.
수중에 전 재산 2만 원을 가지고 커피를 한 잔 사 마시고 작은 머그를 하나 샀다.
그럴 만 했다고, 그만큼 예쁜 머그였다고 말해주는 사람.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었나.
나는 자주 주머니를 털어 나온 전 재산으로 커피나 와인을 사곤 했다.
지금은 커피 머신이나 와인 냉장고를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은 있지만, 그때의 낭만은 없다.
숨 쉬듯 드나들었던 정독도서관도, 대림미술관도 너무 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