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4일 목요일

by 백현진

보고 싶은 전시가 있어, 오랜만에 삼청동엘 갔다.
오며가며 들러 전시를 보곤 했던 갤러리.
갈 때마다 늘 입구를 잘못 찾았었는데 오랜만에 들른 오늘도 역시나 입구를 잘못 찾았다.
매일 가는 길을 매일 헤매고, 항상 가는 곳도 항상 잘못 찾는 나도 정말 변하지 않네 헛웃음이 났다.
전시를 보고 나와서는 골목 골목을 걸었다.
내가 일했던 카페는 사라진 지 오래고, 지금은 옷가게가 들어와 있었다. 그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가파른 계단과 사람 한 명 지나갈 수 있는 길이 나온다.
그곳에서 고양이를 한 마리 만나고, 북촌 전망대 방향으로 빠져나왔다.
한옥 마을을 걸어 가회동으로, 오래전 내가 살던 한옥은 한옥 체험하기로 바뀐 지 한참 되었다.
과오도, 증오도, 낙담도 잔뜩 쌓여있는 그 대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원서동으로 건너갔다.
하이힐은 신고는 내려갈 수가 없어, 가진 구두를 모두 버려야 했던 내가 살던 빌라는 여성 안심 귀가 건물이 되어 있었다.
걷는 걸음 걸음마다, 내딛는 골목골목마다 기억이 폭발하듯 넘친다.
수천 번을 걸었던 그 구석구석 좁고 가파른 골목마다 과거의 내가 여전히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여전히 걷고 있는 기분이다.
어떤 기분으로 그 길을 걸었었는지, 어떤 노래를 들으며 걸었었는지, 무슨 옷을 입었었는지 날씨가 어땠었는지 그 무엇 하나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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