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0일 수요일

by 백현진

여름 장마철이면 기다렸다는 듯 해마다 올라오는 왼쪽 손등 습진이, 올해는 봄이 채 오기도 전에 찾아왔다.
항상 연고 같은 걸 바르며 버텨왔는데(병원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이번에는 가히 그 상태가 아름답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병원에 다녀왔다.
병원에서는 말이 필요 없었다. 손등을 들어 보여주면 모두 나를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며 착착 치료가 진행되었다.
드레싱과 레이저 치료를 위해 처치실로 들어가자 구석에 어린이들을 위해 둔 인형들이 눈에 띄었다.
나도 안고 있고 싶었지만 기계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내가 가지러 가기는 힘들어 보였고, 간호사님께 부탁드리기도 동선이 어지러워 포기했다.
다행히 치료는 아프지 않았고 소독하느라 올려둔 차가운 거즈가 기분 좋았다.
상태가 나쁘다며 먹는 약도 며칠 분 처방해주셨는데 오늘 그걸 먹고는 완전히 넉다운되고 말았다.
약을 먹고 별 생각 없이 산책 삼아 도서관에 갔다가(볕을 좀 고면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거의 기어서 집에 돌아왔다.
바다 저 어둠의 끝까지 단숨에 가라앉는 듯 깊은 잠에 빠졌다가 깨어보니 온몸의 관절이 쑤신다.
겨우 일어나 죽을 데워 먹고, 평소 거의 먹지 않는 과자까지 먹었다.
앓는 데는 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모양인지,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먹고 많이 자고 있다.
침대에 누워 버튼만 눌러도 죽도, 장도, 문 앞까지 배달해주니 혼자 누워 앓고 있어도 괜찮은 건지 오히려 서러운 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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