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꺼냈더니 키 큰 남자가 갑자기 포즈를 잡는다.
조금 어이없어하면서도 찍어주려고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배낭을 멘 남자가 멈춰있던 버스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저 남자는, 아는 얼굴이다. 하지만 아는 척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그때도 아는 척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남자 둘이 대화를 시작했고, 그 대화에 나는 필요하지 않아 보여 버스 맨 뒤 자리로 갔다.
작은 여자아이가 앉아 있길래 그 옆에 앉았다.
키 큰 남자와 대화를 나누던 배낭 남자가 버스 안을 두리번거리다가 우리가 앉아있는 좌석의 앞자리로 와 앉았다.
뒤를 돌아보며 요즘 어떻게 지내려나, 머뭇머뭇 이야기하길래 못 들은 척 옆에 앉은 여자아이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여자 아이가 난 아주 잘 지내! 라고 말하고, 남자는 그럼 옆에 앉은 언니는 어떨까 물어볼까 라고 말한다.
둘의 시선이 나를 향해 있는 걸 보고서야 주머니에서 손을 빼며 엉망진창이야, 라고 말했다.
엉망진창... 엉망진창인 것 치고는 주근깨가 옅어졌는데, 말하는 남자를 노려보며 옅어진 게 아니라 마스크를 껴서 보이지 않는 거겠지! 생각하며 잠에서 깼다.
그 남자의 얼굴만이 선명하게 남아버린 낮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