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9일 금요일

by 백현진

관계의 유효기간은 끝난 지 오래라 더 이상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얼굴을 보는 일은 없지만, 지금도 불현듯 그때에 함께 보았던 풍경이 선명하게 떠오르곤 한다.
관계의 기묘함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우리는 더 이상 서로를 궁금해하거나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타인보다 못한 관계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 애의 버릇이나 취향이나 입맛 같은 걸 잘 알고 있다.
한두 발자국, 바로 곁에 있었는데 볕이 좋은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잠깐 아, 하는 사이 소멸되어 버린 관계.
스무 발자국쯤 떨어져서 커다란 몇몇 개의 소식들만 접하고, 좋은 일이 있으면 박수를 쳐주는 식으로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가늘고도 길게 이어져나가는 관계.
많은 감정들을 함께 나누었기 때문에 영영 사라져 버린 관계와, 친밀하지 않기에 되려 영원히 안전할 관계.
이런 식으로 안전거리를 찾아 뒷걸음질만 치다가 결국은 누구도 팔을 뻗어 닿지 않는 거리에 나 혼자만 오도카니 서 있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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