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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맹이여행자 Oct 06. 2018

2천 원짜리 우거지 얼큰탕

취업준비생을 훈훈하게 만든 낙원동 식당

  어릴 적, 누군가 이다음에 커서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어오면 참 다양한 대답을 했던 것 같다. 좋아하는 드라마를 볼 때면 배우가 되고 싶었고, 발라드곡에 푹 빠져버렸을 때는 절절한 목소리로 호소하는 가수가 되고 싶었다. 한 나라를 이끄는 대통령이 되고 싶기도 했고, 흰 가운을 입은 의사 선생님이 멋있어 보여서 의사가 되고 싶기도 했다.


  그때는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그저 내가 하고 싶다고 말하면 할 수 있는 건 줄 알았으니까.



  시간이 갈수록 그 질문에 답하기가 어려워졌다. 어떤 꿈은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이루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간혹 하고 싶은 것이 생겨도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이를테면 글을 쓰며 살아가는 것이랄까. 


  긴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좀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다. 세상을 품은 사람이면, 적어도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대답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아쉽게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나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취업준비생 중 하나였다. 컴퓨터 자격증을 따고 토익 공부를 하며, 각종 기업의 채용 공고를 확인하며 한숨짓는. 몇십 개국을 여행했다고 해서 특별한 꿈이 생기길 바란 것은 무리한 욕심이었을지도.


  그래서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한 우거지 얼큰탕이 그렇게나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단 돈 2천 원이면 국밥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벌써 60년이나 되었다는 그곳. 


사진 출처 : 한겨레/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72176.html


  이 오래된 국밥집 앞에서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 


  '저 가격으로 장사를 해도 남는 것이 있을까?'


  그 걱정이 순식간에 안도로 바뀌고 위로가 되어 내 곁에 다가선 것은, 얼큰한 국밥 내음이 코를 찔러온 직후일 것이다.


그래, 나중에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말이야. 
아무리 세상살이가 힘이 들어도
따듯한 국밥 하나 정도는 사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식당 앞의 열기가 마음을 후끈하게 덥힌다.

  내가 무슨 일을 하던 배곯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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