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꼭 아이들이 떠나고 남은 교실을 둘러보고 퇴근한다. 그러다보면 가끔 기가 막힐 정도로 청소가 안 되어 있는 날이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청소 감독을 제대로 못 해 준 내 책임이 크겠지만, 정말 너-무 바빠서 교실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날은 엉망진창으로 남겨진 교실이, 아이들의 무심함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다.
아이들은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서툴 수밖에 없고, 나도 그걸 잘 안다. 최선을 다해서 청소를 해도 놓치는 부분이 있고, 열심히 칠판지우개를 빨아 와도 다시 꾹- 짜 보면 하얀 국물(?)이 주륵 흐른다. 그래, 좋다! 그런 건 담임으로서 애정으로 넘어가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거의 안 하다시피 청소를 해 놓고는,샤샤샥 집으로 튀어버린 녀석들을 생각하면… 역시 괘씸하다. 이건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기 때문에.
불행 중 다행으로 나는 청소를 좋아하는 편이다. 가끔은 생각 정리도 할 겸 일부러 청소를 도맡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도무지 나아질 생각을 하지 않는 교실을 보면, _그리고 오늘도, 또 결국, 역시나!! 혼자서 교실을 청소하고 있으려면_ 절로 한숨이 나곤 한다.
유난히 힘든 어느 날이었다.
잠시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져 방과 후 텅 빈 우리 반 교실을 찾았다. 근데 이게 웬일…?
교실은 말끔했다. 깨끗하게 청소된 교실은 창문 너머로 쏟아져 들어온 석양빛에 함빡 젖어 있었다. 아늑했다. 마치 내 집에 온 것처럼. 잘 마련된 휴게실이었다. 나는 한 아이의 책상에 앉아, 아주 잘 쉬었다. 정말 아주 잘 쉬었다.
이런 날은 또 어떻게 알고 어른스럽게 선생님을 위로할 줄도 알고… 밉다가도 이럴 때는 또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게 아이들이다. 알고 그랬겠냐마는 참 기특하고 고맙다.
가끔 아이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매일매일 보는데 대체 언제 이렇게 큰 걸까 싶다. 아이들은 눈 깜짝할 새 큰다더니 그 말이 사실인가 보다. 자기들도 몰래 준비한 선물에 담임 선생님이 홀로 감동 받고 있었다고, 그 사실을 아이들은 알까?
활짝 열린 창문 새로 살랑살랑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바람도 불고, 볕도 딱 좋은 4월의 오후. 텅 빈 1학년 4반 교실에선 그런 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