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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에도 동백꽃이 활짝 피길...

by 겨울딸기

지난 2주간 웬만하면 출입을 삼갔다. 이런 시국에 별일 없으면 집에 머무는 게 애국하는 일인 거 같아 식료품 사러 집 앞 슈퍼마켓 몇 번 간 것 말고는 계속 집에만 있었다. 꼼짝없이 자발적 격리를 택했지만 집에만 있으려니 가슴이 답답하고 팔다리가 쑤신다. 그래서 오늘은, 지난 주말과 달리 날씨도 맑아서, 마스크 쓰고 옷 단디 입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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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 중리 바다를 지나 흰여울문화마을까지 이어지는 도로 옆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잠깐잠깐 해가 밝게 빛나기는 했지만 대체로 구름이 두텁고 넓다. 선글라스는 햇빛 차단이라기보다 혹시 모를 바이러스 방어용이 됐다. 옷을 두껍게 껴입지 않았는데 날이 푹해서 그런지 걸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등이 축축해졌다.


부산은, 이제 봄인 거 같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서 봄기운이 느껴진다. 길 따라 여린 풀들이 햇빛을 바라며 자라고 있다. 아직 피지 않은 꽃몽우리가 통통하게 달려있지만 어느 집 담장 위로 붉은 동백꽃이 흐드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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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처럼 바다는 찬란하고 아름다웠다. 구름 틈 사이로 햇빛이 비추면 바다는 은빛으로 춤을 추는 듯 반짝였다. 그 위로 여러 척의 배가 정물화처럼 붙박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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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부산 영도 바다를 보려고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와서 늘 바다 옆 산책길과 도로가 북적였다. 특히 주말이면 바다를 감상하려고 서성이는 관광객들 틈 사이를 헤치며 앞으로 걸어가기가 수월치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바다 보며 탄성을 지르고 호들갑 떠는 젊은이도 여기저기 바쁘게 움직이며 사진 찍는 외국인들도 보이지 않았다. 아기자기하고 소박하게 꾸민 작은 카페도 노란 알루미늄 냄비에 라면을 끓여주는 점빵도 모두 문을 닫았다. 고양이 한 마리만 길 끝을 바라보며 앉아있었다. 이렇게 쓸쓸하고 한가한 흰여울길은 처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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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바다는 벌써 봄인데 우리 마음엔 언제쯤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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