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이혼, 최선의 선택

by 은비령

일본 드라마 '최고의 이혼'을 열렬히 시청 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고의 이혼이란 존재한다는 주인공의 선언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최고의 결혼. 최고의 만남은 있어도 최고의 이혼, 최고의 이별은 없다고들 흔히 생각할 것이다.

나 역시도 이혼이라는 특별한 이별을 경험하기 전에는

하나의 헤어짐이 인생을 이렇게 송두리째 바꿔놓을 줄은 몰랐다.


드라마에서 주옥같은 몇 몇 명대사가 나온다.


"이혼 때문에 놓치고 사는 게 많아."


" 이혼은 최악이라 생각하지만, 이혼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최악은 쇼윈도 부부죠.

상대에게 애정도 없고 기대도 없는데 함께 있는 게 최고의 불행이죠."


" 누구에게나 이혼 버튼은 있어. "


"혼인 신고서 제출이 결혼의 시작이듯, 이혼신고서 제출은 이혼의 시작일 뿐이야."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당신의 행복이 아니었어.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은 나의 행복이 아니었고."


"누가 나쁘다고 탓할 게 아니에요.

모두 타인이니까.

다른 곳에서 태어나

다른 길을 걸으며 자란 타인이니까."


"결혼은 인생의 일부밖에 안되지만

이혼은 인생의 전부가 있다."


"이혼하면 자유로워질까라는 건 큰 오산이야

결혼 생활의 늪은 대체로 범위가 보이지만

이혼 생활의 늪은 끝이 보이지 않아. 얼마나 깊은지 몰라."



살다보면 경험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알지 못할 감정들이 몇 가지 있다.

이혼 후 겪는 대 혼돈의 드라마는 진정한 인생의 시작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누구라도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게 만들고, 애절했던 추억에 젖게도 하며,

기대하지 않았던 현실에 대해 절망하게도 하고, 이미 지나버린 일들에 대해 후회도 하게 만들며,

초라한 나 자신을 원망하고 자책하게도 하고, 새로운 만남에 대한 두려움에 젖게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대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잠시 멈춰있다보면, 인생의 진실이 무엇인지 아주 조금은 알 것도 같은 느낌이다.



드라마에서 미츠오는 이혼 후 혼자가 되어버린 일상 속에서

혼자 사색도 하고 뼈아픈 외로움에 몸서리치기도 하고,

열심히 하루를 보내다가도 집에 돌아오는 길 횡단보도 앞에서 넋놓고 멈춰있기도 한다.

자신을 믿어주던 주변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몸 둘 바를 모르며,

할머니와 가족이 있는 가게에도 마음대로 발을 못 디딘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며 자신을 좋아해주는, 전 아내와는 전혀 다른 연하의 이성도 만나보지만

끝내는 진심을 다해 누군가를 대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

단순한 연인 간의 헤어짐이라면 이렇게 복잡한 심정이 들지는 않을 터..

이혼이라는 과정을 인생 공부에 비유한다면,

그간 살아온 30,40년의 인생을 일찍 졸업하는 느낌이라고 하면 적절한 비유가 되려나?

무언가 석연치 않은 중도 탈락으로 인생이 비비 꼬인 느낌.

하지만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탓한다고 바꿀 수도 없다는 차가운 현실.


작가는 드라마 제목을 왜 '최고의 이혼'이라고 정했을까?

이혼은 삶에 있어 모두가 마땅히 원해 바라지 않는 최고의 결과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어쩔 수 없는 헤어짐이었다면, 이왕이면 최고의 이혼을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아무리 최고의 이혼이라 해도 드라마 주인공들이 온몸으로 표현해냈듯,

이혼은 결코 만만한 과정이 아니다.

험난하고 슬프고 절망적인 긴 터널을 인내심을 갖고 스스로 극복해내야만 하는 긴 싸움이리라.


이혼의 시작은 이혼 신고서의 제출이었지만,

이혼이라는 과정은 삶이 계속되는 한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럼에도, 용기내어 이혼이라는 버튼을 누른 우리들을,

인생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그렇게 토닥여주면 좋겠다.


ps. 그나저나 이 드라마 ost가 너무 재밌고 취향저격이다! 남주도 귀엽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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