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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령 Jun 20. 2024

여행에 대한 기대와 실망 사이에서

우리는 왜, 어디로 떠나야하는 걸까. 

여행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여행'은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여행이란 '과정'이다.

휴양지로 떠나는 피서나 호캉스 같은 '쉼'은 이 맥락에서 말하는 여행과는 거리가 멀다.

여행이란 모름지기 잘 알지 못하는 낯선 어딘가로의 모험이나 항해여야 의미가 있지 않을까.

'과잉 정보' 시대에 유명 블로거들이 소개한 여행지, 맛집, 가는 방법 등을 

그대로 따라가는 여행은 결코 나만의 발자취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에 어느 한적한 온천에서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솔깃했다.

칼국수가 유명하다는 그 지역에서 맛집이라고 젊은 이들이 줄서 있는 광경이 이해할 수 없다는 말씀.

실상 그 식당은 맛집은 아니고, 몇몇 블로거의 선택을 받았을 뿐인 곳이었는데,

아주머님들은 온천에서 서로 처음 보셨겠지만, 삶의 진득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으시며

'진짜 맛집', 매체를 타지 않은 순결한 식당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셨다.


문득 '아차' 싶은 깨달음이 스쳐간다.

진정한 여행이란 그 지방 주민들과 소통하는 것이겠구나.

막상 그 지역에 대해 겉핡기식으로 방문하는 인기 블로거들의 일회성 판단을 믿고

그대로 여행지를 답사하는 것은 역시 낯선 곳을 스스로 탐험해 본다는 의미는 잃게한다.


생각해보면 멀리 갈 것도 없다.

내가 늘 내리는 그 역이 아니라, 전 역, 전전역을 하루 걸어보며 탐방하다보면

새롭게 발견하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을 것이기에.


이와 관련하여 여행에 관한 한 가지 일화를 소개하려 한다. 


#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 나온 이야기이다.

-( 이 책은 여행을 동경하고 사랑했던 예술가들이 안내자로 나서 

일상생활의 권태와 여행의 기대 사이에서 얻은 깨달음을 보여준다.)


<여행에 대한 기대>에 관한 소설 속 주인공의 경험이다. 

주인공인 데제셍트 공작은, 디킨스의 소설을 읽다가, 문득 생애 최초로 여행을 떠나려 거대한 여행가방에 갖가지 짐을 싣고 하인들과 함께 런던으로 떠나려던 귀족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는 런던행 기차를 타기 위해 잠시 들른 선술집에서 영국인들의 분위기, 느낌 등을 간접체험하며, 런던이 아닌 곳에서도 런던을 느낄 수 있다면 구태여 떠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다시 집으로 향한다. 


이 일화를 읽으며, 다시금 독서의 위대함에 대해 깨닫는다.

막상 우리가 꿈꾸던 장소로 힘겹게 도착한다고 해도, 책에서 묘사된 깊은 사람들의 진짜 삶의 이야기를 모른 채로 관광지만 방문하는 것은 우리가 일상을 떠나 얻고자 했던 깊은 의미를 선사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로라도, 어디로라도! 이 지겹고 하찮은 현실 바깥 공간이기만 하다면....'하고

깊은 열망으로 짐을 다시 꾸리게 되는 건, 여행만이 줄 수 있는 해방감의 중독이리라.


기.필.코. !  

해.방.되.고. 싶.다.

여기가 아닌 바로 그곳을 향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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