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준비인가?
이적의 '준비'를 들으며
나이가 든다는 건, 나와 함께 늙어가는 '시대'를 공유하는 이들과 어울리는 기쁨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래 가수 중에 '이적'님에게 호감이 있었다가, 존경심을 갖게됐다.
바리톤에 어울릴 법한 낮은 톤의 목소리에, 직접 작사작곡한 곡들을
가슴으로 부르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노래는 목청으로 부르는 게 아니다.
노래는 마음으로 부르는 것이고, 가슴으로 불러야 한다.
그래야 진심이 느껴지고 듣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그 음악을 다시 듣고 싶게 만들고,
그 음악을 목놓아 부르는 그 진심을 이해하고 싶게 만든다.
가수는, 시인은, 모든 예술가들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그렇게 목 놓아 노래를 부르는 걸까?
우리 모두는 예술가와 그들 작품의 어떤 포인트에서 마음이 움직일까?
가수님의 명곡들은 많이 들어봤지만, '준비'라는 곡은 새삼스러웠다.
가사는 아래와 같다.
내 인생은 단지 무언가를 위한 준비인가 준비하고 준비하고 혹 다가올 언젠가를 위한 연습인가 연습하고 연습하다 저물어 가는 것은 설마 아니겠지 준비하고 준비하다 그렇게 끝나버리는 건 아니겠지 연습하고 연습하다 내 지금은 단지 무언가를 위한 준비인가 준비하고 준비하고 올지 모를 언젠가를 위한 연습인가 연습하고 연습하다 저물어 가는 것은 설마 아니겠지 준비하다가 준비하다가 그렇게 끝나버리는 건 아니겠지 연습하고 연습하다 저물어 가는 것은 설마 아니겠지 준비만 하다가 준비만 하다가 그렇게 끝나버리는 건 아니겠지 연습하고 연습하다 준비하고 준비하고 연습하고 연습하고 준비하고 준비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_Lx6FAePTck
'준비'라는 곡을 들으며 나의 마음을 움직인 감동 포인트는 여기였다.
'내 인생은 단지 무언가를 위한 준비인가 준비하고 준비하고 혹 다가올 언젠가를 위한 연습인가 연습하고 연습하다 저물어 가는 것은 설마 아니겠지 준비하고 준비하다 그렇게 끝나버리는 건 아니겠지'
준비만 하다가 저물어버리는 인생이라면, 의미가 없을까?
글을 매일 쓴다고 구독자가 하루 하루 늘어나는 게 아니듯,
매일 밥을 먹고 숨을 쉬며 살아 낸다해도 성장이 일어나는 게 아니듯,
꿈만 꾼다고 현실이 되는 게 아니듯,
바란다고 이루어지는 게 아니듯,
그러나 더 아쉬운 건,
이루어지지 않을 꿈이라도 꾸지 않는 '무상'의 상태이다.
비록 헛된 꿈일지라도,
돈키호테처럼,
한 번 태어난 인생에서
무언가 '거창한 목표' 하나 가슴 속에 품어야 하지 않을까.
그 거창하고 바보같고 비현실적인 이상이라도 하나쯤은
가슴 속에 고이 품고, 아껴두며, 가끔 서랍 속에서 꺼내도 보고
아끼고 아껴가며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래. 연습만 해도 괜찮다.
이뤄지지 않을 목표일지언정, 오늘 하루도 '연습'하고 '준비'하며 보냈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가을 아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