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여주인공 탕웨이는
남주인공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헤어질 결심을 하고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리기로 다짐한다.
여주인공이 모래가 가득한 이포 해변에서 밀물 시간에 맞춰 모래구멍을 파고,
그 안으로 담담히 들어가 완벽히 사라진 뒤, 바닷물은 그녀의 흔적을 없애버린다.
한 사람을 얼마나 지극히 사랑하면 자신을 버리고서라도 그에게 기억되고 싶은 걸까.
저 깊은 바다속으로.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으로.
자라는 모래나 흙바닥을 파고 들어가 숨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사람이 자라가 된 것인마냥, 완벽하게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이제야 사랑을 깨닫게 된 남주인공은 영원히 사라진 그녀를 찾아 헤맬 것이다.
죽음은 완벽한 단절을 의미하지만, 실종은 묘한 기대감을 남기기 때문에.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 치도 고민할 여지 없이, '헤어질 결심'을 한 여주인공 서래처럼,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행동했던 적이 있었던가.
나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서라도 표현하고 싶었던 어떤 진심을 가졌던 적이 있었던가.
변화 앞에서 주저 주저 하다가,
이도 저도 아닌 채로 허송세월만 보내다가,
후회로 얼룩진 결말을 맞이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떠날 결심'을 못하고 있는 나는, 혹은 당신은.
변화나 결정에 대한 마음이 그 만큼 부족한 것일 수밖에.
덧. 영화의 결말을 장식하는 엔딩 크레딧 곡인 '안개' 영상을 첨부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X5D_K2eGfP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