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 속 지혜

무기력이 무기력해지도록

게으름,우울증,번아웃 심리학에 관한 책 리뷰

by 은비령

휴직 3개월차. 일을 내려놓고 7년만에 얻은 달콤한 휴식 중에, 무기력이 찾아왔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하는 일은 집의 모든 방의 창문을 활짝 열고, 커피 한 잔과 달달한 비스킷을 먹는 일. 그리고 컴퓨터방에 가서 전원을 켜고 앉아 어제 듣다 만 온라인 강의를 듣는다. 주로 재테크나 취미(라탄, 전자드로잉 등등)에 관한 영상들. 아무 것도 보기 싫을 때는 내가 제일 애정하는 공간 중 하나인 리클라이너 쇼파에 축 늘어져 앉은 채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다. 오늘의 구름, 어제의 구름. 오늘의 햇빛, 어제의 햇빛이 얼마나 다른지 나름대로 평가해보면서.

가끔은 식탁위에 높이 쌓아둔 책더미 중에 한 권을 골라 몇장을 들춰보기도 한다. 그러다 내 눈에 뜨인 책 한 권. <무기력이 무기력해지도록>. 휴직을 하고나서부터 업무 시간인 오전부터 오후까지 아무 것도 할 일이 없는 날이면,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나 싶은 순간이 많았다. 무언가 집안일이라도 하거나, 온라인 강의라도 들어야 시간을 허비하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들었었다. 가만히 넋놓고 집에 있다보면, 무언가 무기력한 기분도 들고, 온전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쉰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일까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나는 무기력한게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무기력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 그것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책. 마치 좋은 상담사님과 깊은 대화를 나눈 느낌이었다.

아래는 이 책의 목차이다.




1부. 나는 왜 무기력한가

1장. 무기력은 감정이다

-자존감은 에너지를 만든다. / '공감피로'를 아시나요/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느낌/ 갑작스러운 이별, 그후

2장. 무기력은 정신이다.

- 자기연민이라는 위험한 함정/ 무기력도 학습이 된다./ 게으름은 천성일까/ 내 일상을 정지시키는 우울증/

3장. 무기력은 몸이다.

- 무기력은 당신 탓이 아닐 수도/ 체력은 국력이 맞다./ 만성 신체 질환을 경계하라/ 무기력한 뇌가 우리를 조종한다./ 테크노 스트레스를 조심하세요


2부. 다시 불을 붙이려면

4장. 몸을 깨우려면 마음부터

- 일단 결심하라. 그 다음 움직여라. / 예술은 잠든 세포를 깨운다/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감각

5장. 집 나간 활력 불러들이기

- 쉬는 데도 요령이 있다/ 잘 먹는 게 남는 것/ 운동으로 활기를 끌어올린다.


3부. 언제나 꾸준한 사람

6장. 무기력을 내쫓는 마음가짐

- 내가 나를 칭찬하면서/ 유머가 우리를 구원할 거야

7장. 일상을 활기로 물들이는 습관

- 회복력이 지능의 문제라고?// 온전한 지지자 한 명의 힘/ 최소한의 루틴만 있어도.



이 책에서 와닿았던 구절을 기록해본다.

p.174

고단한 현대인의 삶에 대해 염려한 벤슨 박사는 제대로 된 마음과 몸의 이완을 위해서는 다음의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조용한 곳을 찾을 것

-마음을 의지할 무언가를 찾을 것

-수동적인 태도로 '그저 흘러가게' 둘 것

-몸을 편안한 자세로 둘 것.


이렇게 하면서 마음 속 온갖 흘러가는 생각들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 묻어 있는 감정들을 분리해내는 과정이 바로 '마음챙김' 명상이라 할 수 있다.


p.206

<회복 탄력성을 높여주는 요소들>

- 감정과 충동을 통제하는 능력

-낙관성

-원인 분석 능력

-공감능력

-높은 자기효능감

-쉽게 표기하지 않는 적극적인 도전의식

-가정과 사회로부터의 지지

-긍정적인 인간관계

-타인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

-유머를 잘 사용하는 것




이 책을 읽다보니, 일을 쉬면서 잠시 늘어지게 되는 나의 게으름이 곧 무기력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잠시 쉬어 한가로이 흘러가는 풍경과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다가올 '업무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대체 무슨 무기력이란 말인가? 살면서 가끔은 게을러도 좋고, 아주 잠깐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그걸 굳이 '번아웃, 무기력'이라 이름붙이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과거같았으면, 누구나 무기력하고 게으른 상태였을 텐데, 지금의 현대인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으름의 시간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그런 게으름의 시간을 통해 다시 살아갈 에너지를 충전하고, 자기 자신을 믿고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어떤 어려움이든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자의 말처럼 '타인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으며, 높은 자기효능감을 갖고, 현재의 문제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면서, 나를 믿어주는 한 명의 온전한 지지자의 힘을 토대로, 적극적으로 도전해 보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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