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지에서의 하루하루
세부에 온지 어느덧 3주가 지나간다.
한 달이 이렇게 짧을 줄이야....
남들은 일주일 가기도 힘든 휴가를
호사스럽게도 3주째 보내고 있다.
문득 그런 상상을 해 본다.
아...이렇게 매일매일 자유로우려면 얼마가 필요하지?
하루에 아끼고 아껴 7만원 정도면 의식주가 해결될 것 같다. 주식으로 1억 정도 넣고 하루에 10만원씩만 벌면되지 않을까?
전 재산을 주식 투자하면서 세계여행하는 부부 유튜버도 있었는데 나도 해볼만 하지 않을까?
하.하.하.
발칙하고 불순한 상상이었다.
뭐 아무렴 어떤가.
잠시라도 한없이 자유를 만끽했으니 그걸로 족하다.
휴양의 클라이막스는 리조트 안에서 보낸 마지막 하루였다! 한국인이 97%라는 세부의 한 리조트에서 야자수 나무 아래에 넓직한 해먹 침대에 한량처럼 누워본다.
시터천국이라는 이곳에서는 물놀이 전담 시터가 있어 지친 부모를 대신해 다이내믹하게 놀놀아주신다.
아이는 이틀 사이에, 물 속에서 뒷구르기하는 법, 맨손으로 물총 쏘는 법, 잠수하는 법, 농구하는 법 등등을 다양하게 배웠다.
잠시 밥이라도 먹자고 하면
"엄마 5초만 더 물에 있다올래요.
엄마 나는 8시간 내내 놀 수 있어요. 아직 체력 60%에요!
엄마! 시터는 한국에 왜 안와요?"
등등 시터 삼촌한테 빠져서 물에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가만히 지켜보니 한국에서 온 아빠들은
아이들이랑 놀아주느라 바쁘고
엄마들은 멋진 선글라스 끼고 썬베드에서 쉬시는 분들이 많았다.
오늘만큼은 엄마들의 휴양도 보장받아야지. 암.
시터 덕분에, 그리고 이 게을러도 괜찮은 나라 덕분에
그저 산들바람 나부끼는 해먹에서 낮잠을 잘 호사를 누린다.
아마 과거에 김삿갓 같은 방랑자들이나 집시들은
힌곳에 얽매이지 않고 유랑하며 자유를 누렸겠지.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누구나 아무 것에도 얽매이지 않을 자유를 꿈꾼다.
장소는 상관없다.
단호하게 내가 좋은 곳에,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존재하면 그뿐이다.
근데 이왕이면 에메랄드 빛 바다 앞이라면 아주 조금은 더 평온할 것 같다.
휴양지에서의 한낮의 여유로움은 이렇게 느긋하게 흘러간다.
하루하루 '저녁엔 뭘 먹지? 내일은 어딜 가볼까?
뭘해야 재미있나? 어떤 풍경을 그려볼까?'
이런 생각만 하며 살고싶다.
아마 시골에서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랑
정원이나 가꾸면서, 자급자족 라이프를 살면
그런 자유와 행복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고싶다.
오늘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즐기면서.
내일 걱정은 낼 모레.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쉬고 또 쉬면서 자유를 만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