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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출산을 권하는 사회.

by 은비령

인간은 크게 남성과 여성으로 나뉘고, 그들은 다시 미혼자와 기혼자로 분류할 수 있다. 미혼자는 다시 초혼을 안 한 미혼과 이혼한 상태인 미혼으로 나뉜다. 작년 어느 신문 기사의 통계를 보면, 결혼자의 30프로 이상이 재혼한 커플이라 하니, '싱글'이라고 해서 다 같은 미혼 싱글은 아닐 터. 또한 이혼한 미혼들(쉽게 말해 돌아온 싱글) 중 여성들은 다시, 출산한 여성과 무출산한 여성으로 나뉜다. 그리고 출산한 돌아온 싱글은 다시 양육하는 사람과 비양육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아, 이 얼마나 복잡하고 무의미한 분류인가. 우리가 무슨 양서류, 파충류도 아니고 계와 목을 지닌 동물인 것 마냥, 그 사람의 현재 상태를 결혼과 출산 등으로 분류하는 것이 너무나 우습다.


나는 원래 아이들을 참 좋아한다. 티없이 해맑게 웃고 꺄르르 웃음 짓는 아이들의 그 순진무구함을 어떻게 미워할 수 있단 말인가. 아이들은 원래 쉴 새 없이 떠들고 뛰어다니며, 질문하고 시도하고, 재밌는 것을 찾아다니며 분주하게 노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 아이들의 밝음과 통통튀는 유쾌함이 나는 참 좋았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심각하고 재미없는 어른들의 삶에서 해방되는 기분이었고, 어려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서, 마치 나도 아이가 된 기분이 들어서 더 좋았다. 삶을 꼭 어른처럼 살아야하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는 언제까지나 철들지 않은 채 아이처럼 세상을 가볍게 즐겨도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은 어른들의 스승이고, 세상에 빛과 소금이며, 미래 그 자체이다.


그.런.데! 왜 대한민국 성인남녀들은 점점 아이 낳기를 거부하고, 아이를 키우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며, 아이들이 살만한 미래가 없다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일까. 글쎄... 나도 어느 부분은 공감하기도 한다. 한 생명을 제대로 키운다는 것은 끝없는 시험이고 갈등을 극복해가는 과정이며,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더욱이 유한한 시간을 쪼개어 내 시간을 내어주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육아는 엄청난 희생이다. 그러나 우리도 부모님의 희생 덕에 이렇게 장성한 어른으로 정상적인 사회인이 되어 살아갈 수 있듯, 생명의 고리를 끊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실제 대한민국의 출산율을 보면, 2011년 47만명에서 2022년 현재 27만명으로 십 년 사이 20만명이 줄었다. 물론 여러가지 개인 사정이나, 사회의 분위기, 선진국화 되는 과정에서 인구 조절의 필요성 등등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실로 걱정되는 수치이다.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면, 점점 아이들이 줄어들고, 학급수가 감축되는 것을 지켜보며, 그 속도에 놀랄 노자이다. 이러다가 교사들이 필요없어지는 시점이 오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해 본다. 그리고 사실 과거 10년 전에 비해, 아이들의 정서적, 심리적 문제와 갈등이 더욱 많이 발생하기도 해서, 그 부분도 걱정스럽다. 출생아 수가 줄어든 것뿐만 아니라, 출생한 아이들 중 마음이 아픈 아이들의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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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의 인구동향조사 그래프를 보면,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2015년, 2016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때부터 기울기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한 명의 아이를 양육 중인데, 사실 아이 하나 제대로 키우기도 너무 어려운 일임을 매일 매일 느낀다. 양육을 하면서 근무를 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고, 아이 사교육은 늘상 고민하면서, 정작 내가 하고 싶은 것, 나의 취미 생활 등에 대한 고민은 할 여유도 없다.

그러나 막상 내 아이가 없고, 오직 나만을 위한 삶을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면, 그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세상 모든 엄마, 아빠들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세상 혼자 살면 무슨 재미일까. 아이들이 커가면서 한겨주는 보람과 즐거움은 그 어떤 취미생활의 즐거움과도 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열 달 동안 내 몸에 품고 있다가, 나의 뼈와 심장과 피를 같이 하던 한 생명이 세상의 빛을 보고, 누워있다가 걷게 되고, 의지하다가 점점 독립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애완동물 한 마리를 키워보아도, 생명을 책임지고 키워낸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차고 뿌듯하며 행복한 일인지를 공감하실 것이다.

물론 가끔 너무 지치고 짜증이날 때도 많다. 여유있어 보이는 미혼 싱글들이 부럽기도 하고, 오로지 나만 생각하며 살고 싶은 마음도 종종 든다. 그러나 퇴근 후 돌아와서, 맛있게 저녁밥을 먹고, 한참 떠들어대고 뛰어다니다가 언제그랬냐는듯, 곤히 잠들어 있는 천사같은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너 때문에 살아야겠다. 더 멋지고 근사한 엄마가 되고싶다.'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만약 내가 출산을 하지 않았더라면, '무출산을 권하는 사회'에서 출산하지 않은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하루하루를 즐기며 살았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기에,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출산한 삶'도 충분히 행복하고 가치 있으며, 해볼만 한 일이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싶은 마음이다. 내년에는 학급수가 줄지 않기를 바라며, 모든 새 생명이 존중받고 기꺼이 사랑받으며 자라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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