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필요한 순간.
# 난 정말 못된 엄마다.
아들을 또 울려버렸다.
모처럼 맞은 강추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덕분에,, 준비했던 크리스마스 산 중 캠핑을 못하게 되어버려서 서운해 하는 아이를 위해, 우리는 제주 2주 살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누구의 간섭과 허락 없이 자유롭게, 내 방식대로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을 계획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 역시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그날 그날 즉흥적인 여행, 캠핑을 자주 다녔던 터였다.
남들은 6개월, 1년씩 준비한다는 한 달 살이도 사실 아무런 계획이 없다. 그저 날짜만 정했을 뿐. 숙소도 일정도 목표도 없다. 그저 머릿속에 뭉뚱그려 하고 있는 생각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 속에서 아무 생각 없이 치유의 여행을 하고 싶다는 마음뿐. 7살이지만 아직 못해 본 것이 많은 내 아이에게 가능한 세상의 모든 좋은 곳, 예쁜 곳, 아름다운 곳을 다 보여주고 싶은 엄마의 욕심이 있기에. 둘만의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그런데 그 즐거운 여행 계획을 세우다가, 이런 대화를 하게 됐다.
"민*아, 우리 제주도에 2주 동안 가면, 아빠랑 주말에 못 만나니까 아빠 집에 3일 정도 있다가 와~ 일주일은 너무 긴가? 그 정도 있을 수 있지?"
순간 정적이 흘렀다.. 운전대를 잡고 있었기에 바로 못 보고, 신호 대기 중에야 아이의 얼굴, 아이의 눈물을 보게 되었다.
"엄마, 이상해... 무서운 것도, 누가 보고싶은 것도 아닌데 눈물이 나. 왜 자꾸 눈물이 나지?"
아...........
정말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이렇게 배려심 없는 무심한 엄마라니....
슬픔에는 종류가 참 많다. 그런데 느끼지 않아도 될, 영영 몰라도 됐을 슬픔을 아이가 처음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부모에게 분리되어 이쪽 저쪽으로 보내진다는 느낌. 어른인 나에게는 이 집에서 일주일, 저 집에서 일주일 지내는 것이 아무 것도 아닌 일일지라도. 아이에게 그러한 분리는 쉽게 말해 '내쳐짐'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아이에게 부모는 보호자이자 사랑을 주는 사람이자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그런데 한 부모 가정의 아이들은 그 두 부모가 분리되어 이쪽 저쪽을 왔다갔다 하면서 동등하고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대개는 어느 한 쪽에서 아이를 주로 양육하고 돌보게 되기 때문에, 가끔 보는 상대편 부모보다는 주양육자인 쪽에 더 사랑을 주게 되고, 기대게 된다. 물론 그것도 내 착각일 수 있다.
그래서 아이가 나를 더 사랑하고, 내 마음을 더 공감해 주리라 착각했다. 나의 고달픔은 내 몫일 뿐. 아이에게 전가해서는 절대 안 될 감정이다. 그리고 아이가 어쩔 수 없는 어떤 상황에 의해 아빠와 엄마 사이를 왔다갔다 해야 하는 이 불편하고 슬픈 감정에 대해 나 역시 오롯이 알지 못했다.
차마 뭐라 말을 해줄 수 없는 그 눈물의 의미에 대해서. 나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냥 너무 미안해서 집에 돌아와서 잠시 꼭 안고 손으로 토닥토닥해주었다. 이런 순간엔 어떤 위로가 필요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