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육아와 인생의 하반기.
살아있는 모든 것에는 기원이 있다.
고래와 비슷한 포유류인 인간의 기원은 어머니의 자궁이다.
어머니는 자녀들의 기원인 동시에 양육자이며, 그들을 위험에서 지켜주는 신과 같은 존재이다.
신께서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자신을 대신해 어머니를 만들었다고도 한다.
그런데 인간의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진짜 독립적인 '성인'으로 자라나는 기간이 너무 길어지고 애매해지고 있다.
이룰 성에, 사람 인.
자라서 어른이 된 사람으로 관례를 행하고, 부모에게서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독립한 어른을 일컫는 말이다.
캥거루족이니, 딩크족이니, 다양한 가족 형태가 생겨나고 있는 요즈음에.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의 조건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심리학에서 나를 온전하게 지지하는 한 명의 힘으로 인생의 고단함을 버틸 수 있다고 하는데.
나를 온전하게 지지하는 한 명은 어머니가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그 한 명이 나를 아껴주고, 가여워하고, 늘 걱정해주시는 진심의 눈빛을 보낼 때면.
겉으로는 쌀쌀맞고 무뚝뚝하게 구는 딸이지만,
이 은혜를 어찌 다 갚나 싶을 때가 많다.
더구나 황혼육아로, 이제껏 시부모님 부양하고, 남편 자식들 뒷바라지하시다가
이제 겨우 좀 쉬어야 될 인생의 노년기에 철부지 손자랑 티격태격하시며
육아에 진땀흘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더욱더 그 감사함과 미안함에 어쩔 줄 모르겠다.
나는 정말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한게 맞는걸까?
어엿한 직장에 다니고,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나름 사람 구실한다고 열심히 살고는 있지만.
어느덧 인생의 하반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되는 요즘에는.
인생의 전반전에 벌여놓은 어처구니 없는 실수들이 문득문득 후회되고,
앞으로 남은 후반전에는 어떤 전략으로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았다. 후회없이 살았다~"라는
말을 할 수 있을지 늘 고민이 된다.
그냥 이렇게 시간에 쓸려가듯 인생을 맡긴 채 계속 살아도 되는걸까.
나를 온전히 지지해주는 단 한 사람의 힘을 생각해보며,
엄마 품 속에서 아직도 독립하지 못한 나를 자책하지 않으려.
그런 내 마음을 잘 이해해주는 것 같은 노래를 하나 적어보려 한다.
"괜찮아도 괜찮아." - 디오-
숱하게 스쳐간
감정들에 무뎌지는 감각
언제부턴가 익숙해져버린
마음을 숨기는 법들
난 어디쯤에 와있나
앞만 보고 달려오기만 했던
돌아보는 것도 왠지 겁이 나
미뤄둔 얘기들
시간이 가듯 내 안엔
행복했었던
때론 가슴이 저릴 만큼 눈물겨운 날도
매일 같이 뜨고 지는 태양과
저 달처럼 자연스레 보내
때론 울고 때론 웃고
기대하고 아파하지
다시 설레고 무뎌지고
마음이 가는 대로 있는 그대로
수많은 별이 그랬듯이
언제나 같은 자리
제 몫의 빛으로 환하게 비출 테니
숨기지 말고 너를 보여줄래 편히
네 모습 그대로
그래 괜찮아 괜찮아도
오늘난 처음으로
솔직한 내 마음을 마주해
거울 앞에 서는 것도 머뭇대
이 표정은 또 왜이리도 어색해
아름다운 건 늘 소중하고
잠시 머물다 아득히 멀어져도
늘 맞주보듯 평범한
일상을 채울 마음의 눈
그 안에 감춰둔 외로움도
잠시 머물 수 있게 해
그저 바라봐
부드러운 바람이 불면
마음을 열어 지나갈 하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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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에 가득 채워질 추억들은
소중한 우리 이야기
진심이 담긴 마음이
시간이 지나 다시 기억할 수 있다면
말할 수 있을가
너도 행복했다고
너와 울고 같이 웃고
기대하고 아파했지
모든 걸 쏟고 사랑하고
마음이 가는 대로 있는 그대로
말하지 못할 고민거리
깊게 상처 난 자리
늘 같은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이
언제나 그랬듯이 씻어내줄 테니
흐르듯 살아도 그냥 괜찮아 괜찮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