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너는 자유로움이다!

숲 속에서 마주친 자유로움

by 은비령

우리는 살아가면서 참 많은 일들을 시작하죠. 작게는 사소한 취미 생활 같은 일상의 변화부터 크게는 사업이나 이직, 입학 등 삶에 중대한 변곡점을 주는 일들을 말이에요.

인생이 아무런 갈등도 어려움도 고난도 없이 무난하게 흘러간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신은 우리에게 고통을 통해 성장하게 하셨어요. 그게 삶의 이치이고 본질이 아닐까요.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을 겪었을 때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있어요. 저의 경우, 내면의 자아가 분열되고 답답해 미칠 것 같은 느낌에 가만히 앉아있기 힘들 지경에 이르렀을 무렵, 무작정 야외를 찾아 드라이브를 시작했어요.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숨이 쉬어지는 편안한 공간들이 제법 많았죠. 탁 트인 야외의 공간에 의자를 놓고 하염없이 흐르는 강물을 보기도 했고, 사람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거나,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기도 했답니다. 그러다가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편안해서, 아예 하룻밤을 머물기 시작하면서 ‘캠핑’의 세계에 입문하기 시작했어요. 초보 캠퍼의 ‘처음’은 그러했어요. 그저 어디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저를 자연 가까이로 인도했고, 자연 속에서 머무르며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게 했어요. 어쩌면 헤매고 방황하는 어린 양을 위로하고 싶었던, 신의 부르심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캠핑을 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부가적으로 할 수 있는 취미들이 많아졌어요. 캠핑장 주변 산책부터 트래킹, 걷기 운동, 그리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다채로운 산과 들, 바다의 풍경 사진 찍기, 낚시나 수영. 자전거 타기, 스노우 쿨링 등등.


일단 캠핑장에 들어서면, 비록 하룻밤이지만 안전하게 머무를 ‘오늘의 집’을 짓기 위해 분주해져요. 요즘에는 텐트의 종류도 다양해져서 쉽게는 한 번에 펼쳐지는 원터치 텐트부터 공기만 주입하면 스스로 자립하는 에어 텐트, 숲 속 오두막집과 같은 세모난 인디언 텐트, 유목민들의 집과 같은 전통 몽골식 게르형 텐트, 캐노피 천막과 같은 돔 모양의 텐트, 차량과 도킹할 수 있는 차박형 텐트, 우산과 같이 생긴 그늘막 텐트, 애벌레처럼 생긴 거실형 텐트, 차량 위에 얹는 루프탑 텐트 등 그 종류가 매우 많아졌지요.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텐트를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져서 캠핑장에 들어서면 다양한 텐트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해요. 제 경우 주로 솔로 캠핑이나 아이와 함께 하는 미즈 캠핑을 하기 때문에 설치가 편리한 루프탑 텐트나 간단한 백패킹용 경량 텐트 등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뭐, 장비야 어쨌든 캠퍼들끼리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고 있죠. 그날의 장비 선택이 무엇이든, 캠핑의 맛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캠핑장에서의 행복은 하루 종일 이어져요. 낮에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광합성을 하듯, 태양의 기운을 충전 받을 수 있고, 가벼운 운동을 하면서 체력도 충전할 수 있어요. 해가 질 무렵이 되면 노을 가득한 하늘을 보며, 맛있는 저녁 식사를 준비하죠. 밖에서 먹는 음식은 왜 그리 맛있는지 집에서는 잘 안 해먹던 요리들도 도전해보면서 한바탕 요리대첩을 시작해요. 냉장고를 털어 온 음식들과 지역 장터에서 마련한 싱싱한 식재료들을 숯불에 구워 식사를 준비한답니다. 식사 준비와 더불어 어둑해지는 숲 속에서 필요한 것은 ‘모닥불’이에요. 소위 말하는 ‘불멍’의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에요. 사실 캠핑 초보에게 가장 어려웠던 것은 불 붙이는 것이었어요. 이제는 다양한 방법으로 쉽게 불을 붙이는 편이지만, 커다란 장작에 갑작스럽게 불꽃을 만들어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과거에 유목민들이나 인디언들은 아무런 도구도 없이 불을 만들어내고, 문명을 일구어 갔을 텐데 존경스러울 따름이죠.

타닥타닥 장작이 타오르는 모습을 황홀하게 바라보고 있으면 밤하늘에는 별이 가득해져요. 그런 고요하고 평화로운 순간에는 어떤 대화라도 용서받을 수 있을 만큼 마음이 몽글몽글해지죠. 분위기 좋은 음악을 들으며 와인을 한 잔 하면 금상첨화. 그렇게 캠핑의 밤은 무르익고 황홀하게 저물어 간답니다.


캠핑을 잘 모르는 분들이 하는 걱정 중에 하나가 야외에서 자면 춥고 불편하지 않냐는 것이에요. 그런데 사실 캠핑의 즐거움은 야외 취침에 있어요. 소위 말해 ‘노숙’하는 즐거움이죠. 요즘은 캠핑 장비가 워낙 좋아져서 에어 침대부터 자충 매트, 토퍼형 매트 등 포근한 잠자리는 준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요. 또한 조금 불편하더라도 공기 좋은 곳에서 나무 그늘을 지붕 삼아 잠들고 새소리를 들으며 깨는 것은 어느 오성급 호텔의 호캉스와도 비교가 안 되더라구요.





캠핑을 하다보면 생활 리듬이 자연의 속도와 비슷해져요. 해가 지고 해가 뜨는 것에 맞추어 생활을 하게 되고, 날씨의 영향에 따라 바람과 햇살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며 자연에 겸손한 마음을 갖게 되죠. 건물 안에서 전기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던 현대인의 시크함 대신에, 자연 속에서 태양과 달빛, 바람과 비의 영향을 받아 생활하던 고대인의 야생성으로 돌아간달까요. 야생적이고 원시적이지만 그러한 불편함과 순수함이 좋아요. 오히려 불편할 수록,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먹고 자고 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죠. 그래서 처음 텐트 안에서 자고 일어난 날의 그 뿌듯함을 잊을 수 없는가 봐요.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저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어느 고요한 캠핑장에 머물고 있어요. 탁 트인 호숫가의 풍경과 유유히 흐르는 잔잔한 물결, 그 위를 물살을 가르며 한적하게 헤엄치는 오리떼 등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질 것만 같아요. 인생 뭐 별거 있을까요. 순간 순간의 행복과 자유로움을 느끼며 하루를 충만하게 보내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그 자유로움과 충만함은 생각보다 단순한 것에서 시작됨을 배웠어요. 단순함과 고요함 속에서 싹트는 생각들은 인생의 흐릿한 시야를 맑게 해 주기도 하니까요.



예전에 트레킹 프로그램에 출연한 어느 여배우의 한 마디가 잊혀지지 않아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그저 걷는 것밖에는 없잖아. 그래서 걷고 있어. 걷다 보면 무언가 만날 거야.”


윌든 호숫가에서 사색을 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님의 문장도 기억에 남네요.

“나는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숲으로 갔다.

삶의 본질적인 부분들만을 마주하기 위해서.

삶이 가르치려는 것을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죽게 되었을 때, 내가 진정으로 ‘살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하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