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쓰레기통

교권도 인권이라는 소심한 외침.

by 은비령

교직사회에 발을 담근지 15년이 되어간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으면서도, 이 정도 됐으면 '유능한 교사'가 되어있으리라 착각했던

신규 시절의 호기가 자만이거나 오만이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왜 나는 계속해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쉽지 않은 걸까?

매년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지만,

학생들마다 개개인들이 가진 역사나 고민의 양상이 모두 달라서,

각각의 아이들을 다른 방식으로 지도하고, 이끌어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 힘에 부친다.


아이들이 지도받는 이유도 매우 다양해서,

아주 사소하고 귀여운 실수부터 심기 불편한 학교 폭력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꽤나 넓다.


매번 인성교육 연수도 듣고, 감정코칭, 심리 상담, 각종 폭력 예방 교육과 아동 학대 교육 등등

연수는 끊임없이 듣지만, 실제 교사로서 가장 많은 배움을 얻을 때는,

교무실에서 실제 아이들을 지도하는 다양한 선생님들의 피땀어린 노력을 지켜볼 때다.


정말 내 자식도 제대로 키우기 어려운데, 그 수많은 수백명의 아이들의 다양한 반항과 불성실함을 매 순간 힘을 다해 지도하고, 그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일일이 사연을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하루에도 수십 가지 상황에서 아이들을 지도해야하는 이 생활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참고 인내해야 하는 걸까. 하는 마음이 종종 든다.


언어폭력, 신체 폭력 등을 저지른 아이들의 반성문과 사과문을 받고,

훈계하고 타이르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각오와 다짐, 약속을 받고,

각각의 부모님들께 전화상담을 마치고, '제가 죄송합니다. 잘 지도하겠습니다.'를 반복하며

터벅터벅 퇴근하는 길에, 문득,

늘 이렇게 지치고 상처받은 나의 마음은 누가 어루만져 주지?

아이들은 본인들이 힘들 때면 선생님을 '보건실에서 두통약 받아가듯' 매일같이 찾아오는데,

정작 아이들 지도에 힘들어 지칠 때, 교사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곳이 없다는 사실에

다소간의 허탈감이 느껴진다.

최근에는 교직원 공제회에서 <마음 쉼>이라는 상담을 해준다고 한다긴 하는데,

정말이지 교사도 아무런 지도나 훈계 없이, 그저 아이들 옆에 친구처럼 있고 싶을 때가 있다.


'지도를 쉬고 싶다. 못 본 채 하고 싶다. 알아서 잘 해줬으면 좋겠다.

오늘은 제발 아이들 사이에 아무 문제가 없기를. 어제보다 저 녀석들이 조금은 나아져있기를.'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교권도 인권이다. 나도 선생이기 이 전에 그냥 부족한 평범한 사람일 뿐이고.

나 자신도 완벽하지 않은데, 아이들에게 무언가 완벽한 태도를 요구하는 것도 모순인 것 같다.

주저리 주저리, 글쓰기란 나의 아픔을 털어놓는 것이니까.

소심하게 글을 통해 외쳐본다. 교사들에게도 마음의 쓰레기통이 필요하다.

아이들, 학부모들에게 지친 마음을 털어놓고 위로받을 평화로운 공간말이다.

오늘도 열일하신 세상의 모든 교사분들이, 많은 일들로 지치고 쓰러지지 않으면 좋겠다.

지치고 힘들어도, 아이들 웃음과 목소리에 또 본능적으로 교실 문을 열고

아이들을 지도하러 나설 우리들이니까 말이다.


ps. 선생도 병이다. 누구든 바르게 인도해야할 것 같은 책임감과 의무감에, 잠시도 쉬지 못하는 직업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