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이처럼 살고 싶다.

선생으로서의 비애.

by 은비령

학교에 있다보면, 나의 가치관과 다르게 '규범적 어른'이 되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내 방식 대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싶지만, 옆자리 동료 선생님의 눈치가 보이고 ( 그 반만 좋다고, 다른 반 아이들 사이에 원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던 터라.), 교장교감 관리자 분들의 눈치가 보이고, 다른 반 아이들의 눈치가 보인다.

이렇게 눈치를 많이 봐서야 어떻게 일관되게 나의 신념과 자세를 밀고 나갈 수 있겠는가. 끝까지 밀어부치지 않을 바에야 애당초 교무실 분위기에 묻어가는 것이 나을까?


# 이런 학생이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 공부만 열심히 하고, 호불호가 분명해서 조금 지루하다거나 재미 없다거나, 선생님이 본인 기준에서 안 맞는다고 생각되면 아예 엎드려 자는 학생이었다. 평균적으로 열심히 하려는 태도가 없이 극명하게 달라지는 이런 태도를 담임으로서 그냥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왜 그런지 상담을 해 보았다. 아이의 답변은 '그냥 모르겠어요. 저절로 그렇게 돼요. 노력해도 안 돼요. 좋아하는 것만 잘 하면 되지 않아요?' 이런 답변이었는데, 사실 그 아이의 말이 일견 맞기도 하다.

"좋아하는 것만 열심히 하고, 잘 하기도 부족한 세상에서 하나라도 열심히 해. 성공한 천재들도 대부분 그랬어. " 이렇게 말해줄 수도 없지 않은가.


직업으로서 선생 노릇을 하고 있으려니, 늘상 바른 말, 정직한 말, 잔소리하는 말을 해야하지만.

사실은 나도 아이처럼 편안하고 자유로워지고 싶다. 아이들처럼 내 생각, 내 소리를 여과없이 내 뱉고 싶고, 그렇게 솔직하게 my way를 구축하고 싶다. 선생으로서의 비애랄까.

하지만 이렇게 마음 가는 대로 지도해도, 따를 아이들은 나를 믿고 따라와 줄 것이라 믿고 싶다.

나는 그래도 꽤 괜찮은 어른이니까. 눈치 보지 말고, 생각하는 대로, 오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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