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 추석

웨스트월드 몰아보기

by 유희경

추석 전 날 티비에서 ‘오페라유령‘이 방영되었다.


내가 살던 곳에서 영화관이 신장개업하며 무료로 일주일 동안 틀어주던 영화였는데 말이다.


뭔가 낯설었다.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나’


화면비율부터 화질. 무슨 고전영화를 보고 있는 건지.


그때도 지금도 압도되는 건 티비 소리가 9인데도 오페라 소리가 커서 볼륨을 확인하게 되는 음량이었다.


어릴 때는 밤에 이런 명작들을 보며 송편을 만들었는데 세월이 흘렀다.


새벽에 일어나다 보니 오늘도 습관처럼 눈이 떠졌다.


8시에 나가 본 떡집은 줄이 길지 않았다.


전에는 늦은 기상에 점심이 가까워진 시간에 가면 긴 줄에 또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렸는데 앞에 대기자가 4명이었다.


1kg에 16000원


먹는 사람도 없는데 만원 어치만 사갈까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한 말을 산다는 사람도 있고 트럭에 배송 준비된 떡상자를 보니 점원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답했다.


“1kg 깨로만 섞어서 주세요”



큰 집이지만 우리끼리만 명절을 지낸 지 오래다.


그래서 추석 날 차례 후 모든 시간이 휴가다.


일기예보를 보긴 했지만 진짜 쉬지도 않고 비가 내린다.


찬 공기와 나뭇잎이 떨어지며 내리는 비는 사람을 물에 젖은 종이처럼 만든다.


차례 후 송편을 먹게 먹고 잤는데 또 잠이 온다.


밀린 잠을 자려는 것도 있고 밀린 미드도 이참에 몰아봤다.


웨스트월드.


시즌1의 자극적 소재와 비극적인 내용. 한 번쯤 생각해 본 미래를 참신한 게 풀어냈는데 그 후 시즌들의 평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한국 ott에서 hbo계약 종료 후 잊고 있었는데 쿠팡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시즌4가 끝이라면 마지막화는 급하게 마무리한 느낌이다.


시즌2였나 사무라이 에피소드는 너무 길어서 중간에 건너뛰었는데 뒷 내용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과 호스트는 결국 멸종하는 결과뿐이다.


그래서 희망을 돌로레스 선택에 넘긴다.


죽음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호스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샬럿도 마지막엔 평온한 모습으로 스스로의 코어를 파괴했다.


마지막 게임이라면서 수미상관을 완성하는 건가?


뭐야 시즌5는 제작취소라니


그렇다면 결말이 이게 끝이라는 거다.


의미를 곱씹게 된다.


샬럿이 돌로레스 코어를 서브라임에 전송한 걸 보니 마지막게임은 서브라임 안에서 일어난 일인가?


서브라임은 육체는 없고 영원히 정신만 존재하는

유토피아로 해석하는데 모든 전원을 내리면 그냥 사라지는 데이터가 아닌가.


버나드가 본 경우의 수에서 후세대가 살 미래를 돌로레스에게 맡기는 결론을 내렸다.


아름다움만 보길 결정했던 돌로레스.


갈대밭에서 햇살을 받으며 나무 밑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장면은 그가 말하는 아름다움 자체였다.


반복되는 피아노 소리.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스토리의 시작 알람으로 여겼는데 마지막 화의 피아노소리는 참으로 경쾌했다.


대학살로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프랭키 외 소수는 살아있고 서브라임에 들어간 돌로레스는 현실에서 실행하던 시뮬레이션을 그 안에서 시작했다.


아마도 버나드가 본 미래는 시간이 흘러 소수들은 살아남아 지구에서 생을 이어갈 것이고 호스트들은 서브라임 속에서 돌로레스의 시나리오에 맞춰 살아가게 된다는 뭐 그런 거 아닐까?


한 화를 보면서 계속 생각할 게 많으니 잠도 잘 온다.


어느덧 추석 당일 밤이 되었다.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남은 연휴 행복한 날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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