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차 흘러가는대로 적어보자

감정을? 나날을? 센치해지는 하룹니다

by 유희경



가을과 겨울의 경계선


주말사이 겨울이 다가왔다.


샤워하고 에어컨으로 제습하니 목이 걸걸해졌다.


호기롭게 챙겨 온 미니제습기가 서러울 정도로 공기가 건조해졌다.


설거지 하루이틀 고무장갑 없이 했더니 손끝이 따갑다.


건조하니 더 심해진다.


사야 할게 늘어난다.


오늘은 아침부터 10200원이나 썼다. 먹는 거에.



추운 날씨와 가라앉은 기분을 바꾸려 fall out boy를 듣고 있다.


그런데도 기분이 안 오르네


고양이를 봐도 차분해진다


아무래도 날씨 탓이겠지




이곳엔 4-H 비석이 있다.


나의 손은 더욱 위대하게 봉사하며


나의 건강은 더욱 좋은 생활을 하며


나의 머리는 더욱 명석하게 생각하며


나의 마음은 더욱 크게 충성하며


지 덕 노 체


시공을 배우려는 건 내 손을 통해 누군가를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을 움직이면서 앉아서 하는 일보다 내 건강은 좋아졌고


집마다 다른 구조속에서 알맞은 시공을 생각해내야 한다.


충성.. 충성이라…


스스로 선택한 길을 밀고 나갈 수 있는 나에 대한 충성이라고.






솔직히 힘들긴 하다.


밥도 잘 챙겨 먹는데 살이 쑥쑥 빠진다.


그러나 운동부족으로 비만과 디스크가 있던 내가


몸을 쓰면서도 디스크가 터진 적이 없다.


올해 1월의 나


5월의 나


7월의 나


그리고 10월의 나


모두 다른 마음가짐과 다른 몸이다.


동굴 속의 1월은 내가 동굴 속에 있는 것조차 깨닫지 못했다.


5월은 동굴에 있다는 걸, 쏟아 내린 빗줄기를 통해 구멍 난 틈에서 빛을 찾았다.


7월은 동굴 밖으로 나오니 이제야 현재로서의 나를 알아가는 시기였다.


길 가던 사람에게 나에 대해 솔직히 얘기했고 사람이 솔직하게 다 털어놓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러면서 5월에 나를 처음으로 반겨준 분들에게 더 큰 고마움을 느꼈다.


9월 한동안은 슬픔과 허탈감 허무함의 나날이었다.


무엇에 목매이는가 모두 다 죽는 것인데


그러면서도 살아있음에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생동감을 느꼈다.


이제는 그를 떠나보내고 10월이 왔다.


겨울은 빠르게 찾아온 듯하다.


이 세상을 떠났지만 오히려 항상 내 곁에 있음을.


막막한 생각이 들 때면 어디선가 그가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을 거라 여기며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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