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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치 Oct 21. 2023

 우. 등. 사.로 힘든 부모님들께 권하는 책

우울증, 등교 거부, 사춘기 삼종세트

부모로서 내 아이가 우등생이길 바랐던 적도 있었지만, 오히려 어감만 비슷한 아이의 우. 등. 사. 를 지독하게 앓게 되었다. 우. 등. 사. 는 방금 내가 지은 줄임말로, 우울증과 등교 거부 그리고 사춘기 삼종세트를 말한다. 많은 십 대 부모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무시무시한 그것에 한 번 앓고 나면 아무리 강철 정신의 소유자여도 제정신을 차리기가 힘들다. 자책과 후회, 무력감 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삶마저 놓고 싶게 만든다. 그럼에도 부모의 책임을 다하고자 일상을 꾸역꾸역 살아내야 한다. 자신의 치유 따위는 생각할 여력이 없다. 부모들도 아픈데 말이다.


벌써 지난 일이 되어버렸지만, 얼마 전까지 나도 그 아픈 부모였다. 친구를 만나러 간 딸을 기다리며 이런 글을 쓸 날이 올 거라 생각도 못했다.


초등학교 졸업을 못할 수 있는 상황, 어둠에 숨어 꼼짝 않던 아픈 딸, 여러 번 집안을 가득 채웠던 경찰관들과 119 대원들의 방문, 두 번은 못할 강제 입원, 그럼에도 밥벌이를 위해 티 안 내고 일터로 향해야만 했던 상황에서 지금의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약 5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그 시간 동안 나 또한 엄청난 흔들림과 아픔과 분노, 무엇보다 무력함에 많이 힘들었다. 지나고 보니 그런 상황에서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버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여러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아이의 돌아온 일상을 건강하고 긍정적인 상태로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그중에 큰 역할을 했던 책 이야기를 하고 싶다. 현재 아이 문제로 아픈 부모님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고, 한층 레벨 업된 문제로 힘들 미래의 내가 돌아보길 바란다.




책 읽기에 매달리다

난생처음 겪어 보는 상황에 내가 아는 지식과 육아 방식만으로는 해결이 힘들었다. 아니 오히려 더 아이와 관계만 악화되었다. 학교는 꼭 가야만 하는 곳이며, 외모보다 내면이 더 중요하다는 일반적인 말들은 오히려 아이를 밀어낼 뿐이었다. 아이가 부모를 우습게 보지 못하도록 잡아야 한다, 지금은 방황하지만 다 잘될 거다, 힘들어서 어떡하니, 사실 내가 더 힘들걸... 등 제각각의 주위의 조언들은 그 의도는 진심 어린 걱정이었겠지만, 사실 내 마음을 더 흔들어 놓을 뿐이었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러나 현재 어떤 상황이며, 어느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야 할지 몰랐다. 무엇보다 내가 원한다고 딱 만날 수 있는 전문가 또한 없었다. 그러기엔 전문가들이 쓰신 책부터 보기로 했다. 원래도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즐기지만, 이 시기는 정말 간절하게 책에 매달렸다.


초반엔 아이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아이 연령대의 육아서를 읽으며 그 나이 때의 발달과 사춘기에 대한 이론과 육아법 등을 학습했다. 무엇보다 아이가 스스로 할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 아이 상태에 대해 성의 있게 살피지 못했던 과거를 후회하기도 했고, 어설프게 배운 방법을 시도해 보다가 악화된 상황에 혼쭐이 나기도  했다. 대부분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봤다면 참 좋은 책들이지만, 현재 상황에서 해결책을 찾기엔 아직 부족했다.


도움이 된 책들

- 무기력의 비밀 : 아이가 삶에 무기력하고 의지가 없어 힘들어한다면, 아니 힘든지도 모르는 아이를 둔 부모님들께 도움이 될 만한 책, 아이가 십 대를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보낼 수 있도록 자주 꺼내볼 생각이다.


-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 과거 화냈던 내 모습을 반성하고, 욱! 하고 싶을 때 참는데 도움이 된다.


- 예민한 아이를 위한 부모 수업 : 아이 성향에 대해 더 알게 된 책.


- 왕이 된 자녀, 싸가지 코칭 : 읽으며 속 시원했지만, 아이가 어릴 때, 습관이 잡히기 전에 보면 좋을 것 같다. 괜히 역효과 날 수 있다.



실제 경험을 통한 조언이 절실했다. 감사하게도 그 시기를 직접 겪고 이겨내신 작가님들의 용기가 있었다. 그분들을 통해 많은 위로와 도움을 받았다. 무엇보다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용기와 체력이 생겼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감사한 책들

- 딸이 학교에 가지 않아요 : 등교 거부 초반부터 정상 등교하기까지 7개월간의 노력과 변화 그리고 엄마의 감정 등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아이를 대하는 저자의 태도를 배우고 싶게 되었다.


- 껍데기를 잃은 달팽이 : 나라면 견딜 수 있을까? 싶던 상황에서도 오롯이 아이와의 관계에 집중하고 아이를 지켜내신 작가님의 이야기이다. 아이가 서 있는 길이 어디든, 응원해 줄 수 있겠다는 관점과 용기가 생겼다.


-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 성인이 되어 내면의 마음의 병이 드러나 힘들어하는 딸을 지켜내기 위한 과정을 기록하신 책. 저자는 현직 의료진으로서, 본인의 경험과 함께 같은 질병으로 고민하는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전문적인 정보도 함께 전달하신다. 무엇보다 정신건강의학 관련 질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 개선에 대한 메시지도 도움이 되었다.



내 육아법도 돌아보았고, 실제 경험 사례를 통해 용기와 체력도 쌓았으니 이젠 우울증, 이 놈에 대해 알아야 했다. 그래서 우울증에 관련한 책들을 여러 권 샀으나 솔직히 아직 읽지 못했다. 류시화 시인과 법륜 스님에게 그만 발목이 잡혀 버렸기 때문이다. 거두절미하고, 지금 내 감정이 마구 출렁거린다면, 부정적인 생각이 마음속에서 솟아오른다면,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모르겠다면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이미 유명하시지만,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을 듣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나는 내 마음을 알아채고 편안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독서를 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흔들리지 않는 부모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류시화 시인

-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 삶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마라

-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법륜 스님

- 기도

- 깨달음

- 지금 여기 깨어있기




책 외에도 학교 선생님들, 지역구 전문 상담 간호사 님, 아이를 끝까지 설득해 주신 경찰과 119 대원들... 옆에서 날 걱정해 주던 지인들의 위로 등이 없었다면 이겨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글쓰기 또한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며 깨닫는 것들도 달라져갔는데, 그 기록을 돌아보며 다시 흔들리려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아이를 키우며,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 문제들은 지금보다 매우면 더 매웠지, 더 약하진 않을 걸 안다. 그래도 이번 경험으로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 고작 한 고비 넘겼지만, 내 경험 또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남겨 본다. 그리고 외쳐 본다.

“부모님들, 마음 잘 붙들어 매십시오! 길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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