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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치 Nov 29. 2023

이제는 길을 찾고 싶은 나

길치 이야기 시작

길치, 특별한 별명이 없는 나에게 내가 직접 지어준 별명이다.


실제로 방향 감각이 없는 편이라 옳다고 찍은 방향은 늘 반대편이었다. 다행히 내비게이션과 지도앱의 등장 덕분에 이제는 길을 잃지 않고 잘 다니고 있지만, 삶에서의 방향 감각도 없는 건지 늘 잘못된 방향을 선택하거나 갈림길에서 헤매곤 했다. 


사십 대 중반, 모든 것이 예전 같지 않음이 부쩍 느껴진다. 일에서도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머리가 많이 흐려진 걸 숨길 수 없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의 요구는 어릴 때와 달라 들어주다 보면 허리가 휘청인다. 나의 버팀목인 엄마도 안 아프신 곳이 없고, 가끔 깜박깜박하시는 모습에 덜컥 겁이 난다. 무엇보다 나 또한 나이 들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유일한 수입원인 직장, 직장인으로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내가 갑자기 백수가 되면 바로 이직이 가능할까? 하고 싶은 게 많은 딸을 지원하는데 내가 여력이 될까? 엄마가 갑자기 아프시면 어쩌지? 수많은 걱정이 갑자기 몰아친다. 현명한 사람은 젊었을 때 미리미리 준비했겠지만, 그렇지 못한 나는 미래 준비와 현재의 재미의 갈림길에서 늘 당장의 즐거움을 택했었다. 좋은 추억도 많이 쌓였지만, 혼자 몸으로 아이를 키워내야 하는 현실에서, 나 조차도 아직 덜 큰 것 같은데 이제야 길을 찾으려니 막막하다.


그래서 기록하려 한다.


머릿속을 꽉 채운 고민들과 나의 일상을 기록하고 싶다. 당장 짠~하고 길이 나오진 않겠지만, 나를 돌아보며 내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알고 싶다. 생각해 보니 늘 가족에 대한 글만 썼던 것 같다. 나를 돌아볼 시간이 된 것 같다. 


나에 대한 성찰을 통해 앞으로 닥칠 미래를 내가 원하는 길로 이끌고 싶다. 이제 덜 헤매도 될 것 같다. 엄마는 늙어가고, 딸은 크고 있다. 시간이 별로 없다. 


무엇보다 나에게 새로운 길이 필요한 시점이다.


커버 이미지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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