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나은 2025를 위해
7주 간의 숙려제를 무사히(?) 마쳤다. 즉, 3주간 일주일 1회, 이후 일주일 2회의 상담을 빠지지 않고 참석하였다는 말이다. 물론 상담일에는 아이의 기분이 틀어질까 긴장감이 돌고 근처임에도 차로 모셔다 주고 와야 했지만... 그래도 7주 동안 학교 안 가고 출석 인정을 받았다. 휴.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12월 26일 아이는 숙려제 후 첫 등교를 해야 했다. 방학식까지 딱 3일인데 잘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으나 만약 안 간다 하더라도 진급엔 문제없어 마음 편하게 먹기로 했다. 그런데 걱정이 무색하게도 아이는 그날 독감 판정을 받았다. 열이 펄펄 나고 기운이 없어 축 쳐져 있음에도 등교일에 독감이라 다행이라는 아이, 그래.. 다행이다.
주말까지 5일의 격리를 마치고, 방학식인 12/31은 등교를 했다. 컨디션이 아직 별로지만 열은 떨어졌기에 아이도 별말 없이 학교에 들어갔다. 그리고 30분 후 조퇴를 했다.
친구
방과 후, 가방을 통째로 놓고 온 아이의 짐을 챙기러 학교에 갔다. 원래 앞자리였는데 학교에 오지 않던 그 기간 동안 가장 뒷자리로 바뀌어있다. 정리가 안 된 채로 어지럽게 쌓여있는 아이의 짐이 쓸쓸해 보인다. 짐을 챙기고 선생님과 아이 자리에서 대화를 나눴다. 학교에 와서도 벽만 보고 앉아 있더라고 하시며 아이의 2학년을 걱정하신다. 1학년 반에서는 아이도 반친구들도 서로 맘을 열지 않으니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진전이 없었는데, 새로운 반에서는 좀 달라질까? 친구들 무리에서의 상처로 초6을 홀랑 아파버린 아이는 이제 친구 사귀는 법을 잊었나 보다. 아이도 노력하고 아이보다 마음이 넉넉한 친구가 손을 내밀어 주면 참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여행
따뜻한 날에도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오려면 힘든데, 한겨울은 더욱 힘들다. 햇빛도 보고 몸을 움직여야 식욕도 당기고 기분도 나아질 텐데, 어두운 방에서 아이패드만 하니 건강 또한 걱정된다. 직장을 그만둔 지 반년이 넘어 해외여행은 무리지만, 그래도 작년 이맘때 치앙마이를 갔던 것처럼 우리는 또 일주일간 말레이시아로 떠나기로 했다. 공항갈 때 만큼은 별말 없이 시간 맞춰 준비하고 여행지에서는 먹는 양도 좀 는다. 맘 같아선 겨울을 다 보내고 오고 싶지만 엄마가 혼자 계셔야 하기에 일주일이 적당하다.
건강
어릴 때부터 유난히 손가락 끝을 뜯었던 아이, 그때 눈치챘어야 하는데 나는 참 무지했다. 불안감이 높아서인지 아직도 손톱 발톱을 뜯어 성한 곳이 없다. 게다가 비염이 심해 코피도 자주 난다. 병원에 데려가고 좋다는 가습기도 사서 매일 틀어줬지만 습관이 바뀌지 않으니 그때뿐이다. 아이의 기분이 몹시 안 좋았던 어느 날, 가습기는 불쏘시개가 되었고 외출 중에 카톡으로 호되게 봉변을 당했다. 당장 갖다 버리라는..
몸이 건강해야 마음의 건강도 더 챙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저기 피나고 까칠한 아이를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아니다. 마음이 건강해야 몸의 건강도 챙길 수 있는 건가. 부모의 관심과 잔소리로는 역부족인 것 같다. 아이가 자기 몸을 아끼고 삶에 대한 의지를 가져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여행을 다녀오면 덜 추운 날 아이와 산책을 자주 나가야겠다고 늘 하던 것처럼 다짐해 본다. 춥다고, 엄마 혼자 가라고 할 테지만.. 여러 번의 거절 중에 한 번이라도 나간다면 좀 낫겠지.
짐 싸기 도사가 되었는지 7박 8일의 짐을 후딱 싸고 한가한 오전을 보내고 있다. 눈이 오니 서둘러 공항에 가야겠지만 저녁 비행기라 여유가 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별일 없이 무난하게 보내고 오는 것이다. 작년 치앙마이에서 오는 비행기에서의 일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프다(차마 글로 남기진 못했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아이가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며, 모두 작년보다 나은 해가 되길 바래본다.
더불어 시끄러운 나라도 안정되기를...
사진 : 작년 치앙마이의 한 마사지 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