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사랑하는 꼬마화가
아이가 8살 무렵 부쩍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기 시작했다.
왜 고양이가 좋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양이를 그리고 고양이에 관련된 책만 골라 보고 아이가 정말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그래도 바쁜 현실상 그래 우리 한번 키워볼까? 얘기를 쉽사리 꺼내지 못했었다. 아이의 고양이 사랑은 깊어 가고 고양이를 키우는 게 소원일 정도라 내가 로봇 고양이를 사주었을 정도다. (대학원 HCI 과제도 할 겸 겸사겸사 - 로봇 동물이 실제 동물과 같은 정서적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실제 인터렉션 고양이를 사주고 관찰, 연구했던 과제)
그러던 작년 여름 가장 더울 무렵, 더위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던 중 밖에서 아기 고양이 소리가 계속 났었다. 나가보고 싶었지만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도 모르고 밤에 무섭기도 해서 억지로 잠을 청했었다.
이른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또 들리는 아기 고양이 소리에 나가보니 집 앞 화단 풀 밑에서 비쩍 마른 아직 젖도 안 뗀 것 같은 아기 고양이를 발견했다. 밤새 운 데다가 잘 못 먹어 컨디션이 꽤 안 좋아 보이던 고양이를 두고 올 수 없어 부모님 허락이 걱정되지만 일단 안고 들어왔다. 다행히 부모님께서 우리 집에 온 생명이니 거두자 허락하셔서 그 날부터 우리 집에 식구가 하나 늘게 되었다. 자다 깬 아이에게 고양이를 보여주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표정으로 어리둥절하다 현실인 걸 알게 되자 소원이 이루어졌다며 방방 뛰며 좋아하던 아이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주먹만 한 아기 고양이는 땅콩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고 아이의 사랑을 담뿍 받으면서 무럭무럭 자라게 되었다.
아이의 고양이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땅콩이를 키우면서 더 깊어졌고 고양이 그림은 더 늘어갔다.
하지만 천사 같은 눈으로 사람을 좋아하기만 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땅콩이는 자라면서 아이를 많이 할퀴고 (만만한 듯) 물기 시작했다. 너무너무 땅콩이가 좋으면서도 새침하고 아이한테 날을 세우는 모습이 나름 서운했는지 그런 마음들이 그림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매번 땅콩이한테 할큄을 당하면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 가서 안아주고 비비대는 아이는 어느새 고양이 박사가 되었나 보다. 아이가 그린 고양이 그림 들에서 고양이만의 새침한 표정이나 자세 등이 잘 표현되는 것 같다.
며칠 전 학교 선생님이 엄마 보여주라며 가정통신문 사이에 껴서 보낸 그림을 보고 사실 좀 놀랬다.
고양이의 움직임, 자세 등을 다양하게 표현한 아이. 이면지에 각각의 이야기 있는 고양이들을 그린 것을 보고 아마 선생님께서도 신기하여 나에게 보낸 것 같다. 아이에게 설명해달라 하니 고양이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해주는데 정말 재미있게 들었다.
순수하게 고양이를 사랑하는 눈으로 땅콩이의 모습 하나하나를 다 새긴 것 같다.
아이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아이가 땅콩이를 사랑하는 만큼 땅콩이도 이제 그만 발톱을 숨기고 아이와 잘 지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