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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1

여름시 연작

by 황인경

습도가 높은 날에는

이런 글도 적힌다

구질구질한 상가 건물 오 층

불투명한 유리창으로 저녁해가 들어올 때

눈 속에 가득 찰 때 셔터가 눌러질 때

몸이 먼저 알고 숨은 고르다

딸깍하는 소리만큼 안심되는 순간이

얼마나 완전하고 안전한 것인지

이리저리 굴려가며 집에까지 데려온

나른한 그리움은

마당에 찾아온 작은 동물만으로 쉽게 감동해버리고 만다

벌어진 입술로 소리 없이 말한다

다행이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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