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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경 Apr 30. 2022

track#0 나의 마이마이 카세트

[라이너노트]

라이너노트 Liner Notes


(Now) track#0 카세트테이프

track#1 늙은 개의 여행

track#2 하얀 방 안에서

track#3 까만 그림

track#4 혼자 듣는 노래

track#5 273

track#6 빅뱅이론

track#7 요란한 웃음과 시끄러운 낮의 열기

track#8 날씨 때문에

track#9 바람길

track#10 언제든 슬퍼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

track#11 깨진 빛

track#12 타고난 길치




2017-2018년 발매한 12곡의 가사에 대한 이야기를 연작 형태로 적어보려고 합니다. 발매 당시 앨범 소개글에 기초한 글입니다. 오늘은 라이너 노트 연작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말해보겠습니다.




1. 카세트테이프


 지금 생각하면 좀 위험한 일이지만 어린 시절 자전거를 탈 때면 늘 워크맨으로 음악을 들었다. 내 건 ‘마이마이’지만 다들 워크맨이라고 불러서 나도 워크맨이라고 불렀다.(당시 Sony사의 제품 Walkman이 동일 제품군의 대명사이자 일반 명사였다.) 태권도 도복에는 주머니가 없는데 도장 다녀올 때는 대체 어떻게 했던 걸까? 아무튼 테이프가 몇 개 없어 매번 똑같은 노래가 질릴 법도 한데 어딜 가든 카세트 플레이어를 가지고 다녔다. 자미로콰이와 토이, NOW와 MAX, 슈가레이와 김진표.


 그보다 전에는 집에 있는 무식하게 큰 카세트로 음악을 들었다. 라디오에서 음악이 나올 것 같으면 재빨리 녹음 버튼을 눌렀고 눈치 없는 디제이가 멘트를 넣지 않기를 바랐다. 그렇게 한 곡 한 곡 채워 테이프 양면을 다 채우면 나만의 믹스테이프가 완성되는 것이다. 내 취향에 맞게 선별한, 유일무이한 나만의 베스트 앨범…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그 당시 녹음하는 것 자체가 너무 재밌고 신기한 나머지 어떤 노래가 나오든 녹음 버튼을 눌러대곤 했다. 결국 세상에 하나뿐인 마구 잡탕 엉터리 컴필레이션이 내 머리맡에 쌓여갔다.


박서련, <더 셜리 클럽>


2. 더 셜리 클럽


 내 머릿속에서 추억의 카세트테이프가 빙글빙글 돌아가게 된 건 얼마 전 박서련의 <더 셜리 클럽>을 읽었기 때문이다. 호주 여행기를 빙자한, 연애담을 빙자한, 호주 할머니들(셜리s)과의 우정 이야기로 무척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이 책은 마치 카세트테이프처럼 구성되어 있다. A사이드와 B사이드로 나뉘어 있고, 각 사이드에는 트랙이 담겨 있다. 평범한 목차를 더 재밌게 만드는 장치 정도로 볼 수도 있지만, 카세트테이프가 소설 중에 주요한 소재로 등장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명명은 이 소설이 화자가 직접 편집한 믹스테이프인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테이프가 아닌 디지털 싱글이긴 했지만 2017년과 2018년 사이에 내 이름을 달고 열두 곡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매달 한 곡씩 발표하는 다소 무모한 프로젝트였고 나는 매번 마감에 허덕였다. 하지만 바쁜 발매 일정 중에도 늘 대충 넘어가지 않은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음원 사이트에 실릴 소개글이었다. 보통 살짝 낯부끄러운 자화자찬과 앨범 크레딧을 함께 써놓는 그것, 가끔은 인디밴드적 퉁명스러움으로 한 줄 띡- 써놓는 그것 말하는 거 맞다.


3. 라이너 노트


 굳이 찾아보지 않는 사람은 안 보고, 심지어 몇몇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제공조차 하지 않는 소개글을 나는 매번 열심히도 썼다. 대부분 가사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이런 가사를 쓰게 되었는지를 적었다. 모르긴 몰라도 소개글이라면 모름지기 앨범 정보를 충실히 담는 한 편, 음악이 잘 팔릴 수 있게 광고도 듬뿍 들어있어야 하는 것 같다. 내가 부지런히 썼던 소개글은 사실 소개글보다는 라이너 노트에 가까운 글이 아니었나 싶다. 여하튼 소개글이든 라이너 노트든 나는 음악 작업에 못지않게 집중해서 쓰곤 했다. 노래 하나에 글 하나. 그 리듬감이 좋았고 소개글에 대한 나의 집착은 마지막 곡을 발표할 때까지 쭉 이어졌다.


 다시 <더 셜리 클럽>으로 돌아가 보자. 목차로 side, track이란 용어를 사용한 작가는 track을 한 번 더 반으로 나누는데, play와 pause가 그것이다. play에선 이야기가 진행된다. pause에서 이야기는 잠깐 멈추고 화자의 생각(내지는 회상)이 글에 담긴다. 마치 믹스테이프에서 노래 사이에 멘트를 녹음하는 것처럼 말이다. 앗, 이거 뭔가 익숙한 리듬감이다. <더 셜리 클럽>은 play, pause가 번갈아 나오는 리듬이고 내 경우에는 노래, 소개글이 이어지는 리듬이다. 이제야 내가 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마이마이 카세트를 떠올렸고, 꼬리를 문 생각 열차가 나의 소개글(혹은 라이너 노트)에 종착했는지 알 것 같다.


 이렇게 이러이러하고 여차저차한 연유로 라이너 노트 연작을 시작하게 되었다. 대부분이 내 탓이고, 어느 정도는 박서련 작가의 탓이다. 일단은 2016, 2017년 발표한 12곡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진 것은 달라진 대로, 여전한 것은 여전한 대로 흘러가도록 두었다.






라이너노트 Liner Notes


(Now) track#0 카세트테이프

track#1 늙은 개의 여행

track#2 하얀 방 안에서

track#3 까만 그림

track#4 혼자 듣는 노래

track#5 273

track#6 빅뱅이론

track#7 요란한 웃음과 시끄러운 낮의 열기

track#8 날씨 때문에

track#9 바람길

track#10 언제든 슬퍼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

track#11 깨진 빛

track#12 타고난 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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