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회 기부금이 자동이체로 빠져나갔다. 적은 액수지만 매달 이렇게 보내고 있다. 사회 운동이라는 건 늘 갈등의 현장을 제 발로 찾아다니는 일이라, 몸도 마음도 몹시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 긍정적인 변화는 사회 모든 구성원이 함께 누리게 된다. 내가 과거의, 현재의 활동가들에게 진 빚을 생각하면 내 자동이체는 기부금이 아니라 (약소한) 페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지난 공연 정산을 받았다. 프리즘홀에서 전기뱀장어, 전자양의 조인트 공연 <친구가 되자>의 수익 정산이다. 객원 연주자들의 페이를 지급했다. 나야 내 일을 하는 건데 도와주는 친구들은 내 일처럼 열심히 도와준다. 내가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은 건 멋진 밴드 공연인데 혼자 힘으론 역시 역부족이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함께 만든 결과물에 대한 상찬이 종종 나에게 향하는 것 같아서 겸언쩍을 때도 있다. 더 큰 공연으로 더 큰 수익을 올려 고마운 마음을 더 크게 보답하고 싶다. 늘 신세 지는 기분이다.
어글리어스의 채소 꾸러미가 도착했다. 판매처를 제대로 찾지 못한 농산물, 상품성이 떨어져 버려질 위기에 처한 채소들을 모아서 랜덤으로 보내준다. 서프라이즈 박스를 받는 것 같은 즐거움도 있고, 보다 편리한 비건 생활을 가능하게 해 준다. 정기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친환경 내지는 유기농 야채를 보내주기 때문에 내 식탁을 보다 건강하게 차리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어글리어스 직원들이 농가를 직접 방문해 농민들을 만나 직접 유통해서 집 앞까지 배송해 준다. 사회적으로, 생태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내 대신해주고 있는 기분이라 비용을 주고 이용하고 있으면서도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