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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ppysizedelephant Sep 14. 2020

데이빗 핀처의 모던 클래식

개봉 10주년을 맞은 <소셜 네트워크>(2010)

1. 2010년대와 <소셜 네트워크> 

        어느새 데이빗 핀처의 <소셜 네트워크>가 나온지 10년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 영화가 나오자마자 단박에 모던 클래식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사람들도 많았겠지만, 그들의 주장은 지난 10년간 있었던 일들을 생각했을 때 더욱 설득력을 갖습니다. 먼저 표면적인 팩트부터 살펴봅시다. 일단 이 영화가 2010년이라는 시기에 나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못해 상징적인 것 같습니다. 2010년은 북미에서는 모두가 페이스북을 하고 있었고, 한국에서도 슬금슬금 네이트나 싸이월드 같은 서비스가 페이스북에 의해 위협 당하기 시작하던 시절입니다. 한편 할리우드에서는 IT/테크 산업을 마땅한 이야기 소재로 보지 않았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주목하는 이가 있었어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이는 없었을 것입니다. 테크계 이야기가 하도 생소하고 어렵다 보니 지금까지도 최고로 인기있는 소재는 아닙니다만, 당시에는 이 산업이 천문학적 금액의 가치가 있다 정도의 이야기만 돌아다녔을 뿐, 그 세계 속에서 어떤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까지 들여다볼 관심이나 이해, 혹은 베짱이 있던 이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페이스북의 창업 실화 소재를 (제대로) 다뤘다는 이유만으로도 <소셜 네트워크>는 큰 주목을 받았고, IT/테크 소재는 프로듀서들과 작가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대중문화에 본격적으로 진입합니다. 이만한 영화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것 같지만, 대표적으로 드라마 시리즈 중에서는 <실리콘 밸리>(2014-2019), <IT 크라우드>(2006-2010), 그리고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빅뱅 이론>(2007-2019) 등은 2010년 대중문화를 선두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0년대 하반기에 이르러 <서치>(2018)같은 영화의 성공은 테크 자체를 영화 형식에 도입해도 대중적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서치>(2018) 출처: 인디포스트

        또한 이 영화는 데이빗 핀처가 탁월한 배우 보는 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브래드 피트, 케빈 스페이시 등 이후로 다시 한번 증명하기도 합니다.(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사실은 이 두 배우 모두 추후에 프로듀서로 발전한다는 건데, 스페이시의 경우 <소셜 네트워크>의 메인 프로듀서 중 한 명입니다. 물론 그 또한 이제 고인이 되었습니다만...) 주인공 마크 주커버그 역의 제시 아이젠버그는 <오징어와 고래>(2005), <어드벤처랜드>(2009)와 <좀비랜드>(2009)로 영화제 및 컬트 영화계에서 주목을 받긴 했습니다만, 더 대중적인 씬에 정식으로 소개된 것은 이 영화가 처음입니다. 에두아르도 세버린 역의 앤드루 가필드도 마찬가지로 영국 인디 씬에서 활동하다가 할리우드에는 이 영화로 데뷔하게 됩니다. 2000년대 대표 아이돌 저스틴 팀버레이크도 이 영화를 시작으로 진지한 연기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습니다. 그 외에도 윙클보스 쌍둥이를 연기한 아미 해머(<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 에리카 역의 루니 마라(<캐롤>(2015), 핀처와는 바로 다음에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11)을 촬영합니다), 다코타 존슨(<서스페리아>(2019)), 라시다 존스(소피아 코폴라 신작 <온 더 락스>(2020)) 등 위 세 배우와 함께 향후 10년간 좋은 연기를 보여줄 배우들로 가득한 영화입니다. 


2. 필름메이커 데이빗 핀처 

        원래 메이저 할리우드 영화의 카메라 조감독으로 활동하던 데이빗 핀처는 1992년 <에일리언 3>로 연출 데뷔를 합니다. 아직 안 봐서 독립적인 평가는 못하겠지만, 핀처의 데뷔작은 에일리언 시리즈 중 가장 좋지는 않다는 평을 받았고 그는 다소 다소 삐그덕거리며 감독 커리어를 시작합니다. 이 경험 덕분에 스튜디오의 간섭을 엄청나게 싫어한다고 하죠.(스타워즈 에피소드 9도 핀처가 감독하네 마네 이야기가 돌아다녔다고 하는데 이 또한 같은 이유로 성사되지 못합니다. 핀처가 스튜디오의 간섭을 싫어한다는 것과 원작이나 미리 짜여진 세계관을 갖고 작업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매우 모순적이면서도 스탠리 큐브릭을 떠오르게 합니다.) 이런 식으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그런지 핀처는 21세기에 할리우드 산업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몇 안 되는 작가주의 감독입니다. 한편 영화에서 ‘작가주의’라는 개념을 탄생시키고 작가와 (필름)카메라의 관계를 확고히 한 누벨바그나 그들의 계승자 뉴아메리칸 시네마 감독들과 다르게, 디지털 촬영이 허용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핀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하우스 오브 카드>(2013-2018), <마인드 헌터>(2017~), 그리고 <러브, 데스, 로봇>(2019) 연출 및 프로듀싱하여,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시상식에 관여하기 훨씬 전부터 스트리밍 플랫폼/스튜디오를 적극 포용하고 이용한 감독이기도 합니다. 세대가 다르니 당연히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싶습니다만, 안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은 게(더 주목받기도 합니다) 현실인 것 같습니다. 비슷한 세대의 작가주의 감독으로는 타란티노가 아직도 필름/극장을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이와 관련해서는 핀처와 타란티노 둘 다 출연하는, 디지털과 필름 촬영에 관한 논의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사이드 바이 사이드>(2012) 참고.)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마크가 술집에서 기숙사로 돌아가는 시퀀스의 첫 장면을 합성해서 찍었다고 합니다. 하버드 촬영 조건이 하도 보수적인 탓에 주변 환경을 파노라마로 찍을만한 장소를 구하기가 힘들어, 세 카메라로 분할하여 촬영한 것을 이어 붙여 합성한 배경 안에 제시 아이젠버그가 걸어가는 것을 합성했다고 하네요.* 또한 <소셜 네트워크>의 많은 성취 중 하나는 디지털 스크린을 필름 스크린에서 거의 처음으로 우아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의 일렉트로닉 음악을 배경으로 마크가 블로그를 하며 코딩을 하는 장면과 파이널 클럽의 파티 장면이 교차편집되어 완성된 시퀀스로 잘 드러납니다. 이 시퀀스에서 대비되는 것은 비단 ‘찌질한’ 마크의 위치와 ‘쿨한’ 사교클럽 사내들의 상황뿐만 아니라, 희고 밝은 디지털 스크린과 고급스러우면서도 텁텁한, 아날로그적 분위기의 하버드 사회입니다.  

출처: andsoitbeginsfilms.com

        디지털로 찍든 필름으로 찍든 ‘어떻게 창의적으로, 효과적으로 촬영하는가’는 감독의 능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특히 핀처처럼 극본을 쓰지 않는 감독의 역할에는 이런 일이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 하지만 좋은 감독의 터치는 대부분의 경우 관객이 눈치채지 못하기 때문에(혹자는 눈에 띄지 않을수록 좋다고 말합니다) 아직까지도 영화를 이야기할 때 잘 언급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핀처의 경우 이런 감독의 전형입니다. Every Frame a Painting에서 지적하듯이***, 데이빗 핀처의 영화는 대화 장면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시각적인 요소로 많은 것을 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핸드헬드도 거의 쓰지 않고 클로즈업도 거의 없습니다. 굳이 쓴다면 무난한 오버더숄더 샷을 반복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정면 클로즈업을 씁니다.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이런 장면이 크게 두 장면이 있습니다. 하나는 맨 처음에 나오는 에리카와 마크의 데이트 장면이고, 다른 하나는 션 파커와 마크가 클럽에서 대화하는 장면입니다. 전자에서는 서로의 약점을 건드리는 말을 할 때 정면 샷이 쓰이고, 후자에서도 션 파커가 마크의 욕망을 정확히 읽어내며 그를 홀릴 때 쓰입니다.(션 파커가 해주는 이야기는 빅토리아 시크릿의 창립자의 이야기입니다. 션과 마크는 이 이야기를 자신이 만든 것의 잠재적 가치, 혹은 '쿨함cool-ness'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이의 비극으로 해석합니다.)   

        더 주목하고픈 장면은 카메라만으로 대화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가있는지 먼저 알려주는 장면입니다. 에두와르도가 ‘셔나톤Seanathon’이라고 부른 그 레스토랑 장면의 마지막 부분을 떠올려봅시다. 션 파커는 식사의 막바지가 돼서야 페이스북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에두와르도가 CFO답게 사용자수와 광고주를 만날 계획을 이야기하니, 션은 그의 말을 끊고 마크에게로 시선을 돌립니다. 이 때 카메라는 즉시 그들의 대화로 이동하지 않고, 션의 어깨를 걸친 상태로 에두아르도의 얼굴에 남아 있습니다. 에두아르도가 ‘남겨진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하며, 바로 뒤에 따르는 마크와 션 사이에 핑퐁처럼 오고 가는 대화가 에두아르도의 소외를 더 강조합니다.(https://www.youtube.com/watch?v=k5fJmkv02is&app=desktop&ab_channel=Movieclips) 데이빗 핀처가 늘 대화와 그것에서 관찰되는 인물관계에 관심이 많았던 감독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말 그대로 ‘사회적 관계social network’는 그의 영화에서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주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1분 10초부터.

3. 모던 클래식 

        영화는 크게 세 캐릭터의 이익관계를 중심에 둔 이야기입니다. 마크 주커버그, 에두와르도, 그리고 윙클보스 쌍둥이입니다. 마크의 동기는 무엇인가요? 이는 이 영화의 전주prelude와도 같은 에리카와의 첫 대화 장면에서 명백히 드러납니다. 마크는 파이널 클럽에 들어가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각 파이널 클럽의 규모나 위계 등을 다 파악하고 있을 정도로 마크는 이 사회에 편입되고 싶어합니다. 상류사회를 동경하는 만큼, 특정 부류의 사람들은 자신의 아래에 있다고 굳건히 믿는 듯 합니다. 사회적 인정을 얻고 (그 결과) 여자애들 사이에서 인기도 많고 싶어하는 겁니다. 단순히 말해 마크는 ‘쿨’해지고 싶습니다. 에두와르도가 ‘마크는 돈에 관심 없다’고 할 때, 그것은 마크가 다른 종류의 화폐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내포합니다. 마크는 자신이 그 사회적 화폐가 없기 때문에 친구도 여자도 없다고 믿습니다. 

        이 ‘쿨’이라는 화폐는 마크와 션의 말마따나 돈과 달리 예측할 수 없는 규모와 각기 다른 형태를 갖고 있습니다. 에두와르도의 바람과 달리 단순히 현금화monetize될 수 없습니다. ‘쿨’ 은 예전에는 연예인들만이 가질 수 있던 글래머glamour이라든가 유명세fame라는 고정된 형태를 띠곤 했는데, 인터넷의 대중화 이래로 모두가 획득 가능하고 상한선이 없는 '무언가'가 되면서 돈과는 또 다른 허상적 기호가 됩니다. 영화 속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쿨’은 실리콘 밸리에서 실질적 가치(정확히는 500백만 달러)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물론 마크는 숫자로 표현된 가치에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실제로 마크 주커버그가 실리콘 밸리에서 유명해지게 된 계기가 페이스북 자체라기보다는 그가 너무나도 빡빡한 협상대상이었기 때문이었다는 말이 돌아다니는데, 아마 ‘쿨’이라는 것을 한번도 소유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가치를 매길 능력이 없어서 그렇지 않았을까요? 

        윙클보스 쌍둥이는 어떤가요?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쿨’을 가진 이들입니다. 좋은 집안, 신체적 조건, 지적 능력 등등… 이들의 ‘쿨’은 그런 배경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나오는 태도이며, 이들에게 여자들을 이끌어주는 자석의 힘처럼 작용합니다.(마크와 처음 만났을 때 ‘페이스매쉬’를 비롯해서 각자의 여자친구의 존재를 언급합니다.) 윙클보스 쌍둥이는 한마디로 결여된 것이 없고(적어도 마크의 시점에서), 한편으로는 잃을게 많은 이들입니다. 윙클보스 쌍둥이 또한 마크와 마찬가지로 돈보다는 사회적 화폐를 더 가치 있게 여기고, 그것을 더 많이 가진 자신들이 마크보다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합니다. 잃을게 없는 마크가 거리낌 없이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반면, 윙클보스 쌍둥이는 좀 더 수줍은 편입니다. 마크가 자신들이 제안한 사이트를 버리고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소식을 들은 카메론 윙클보스는 마크를 바로 공격하는 것을 꺼립니다. 그는 “하버드의 신사 Gentlemen of Harvard”를 자처하며 ‘그보다 가진 것이 많은 우리가 참아야 한다’는 노블레스오블리주-식의 논리를 펼칩니다. 물론 이런 시혜적 참을성은 평생 받아오던 특별대우가 주어지지 않자 금새 증발해버립니다.   

        에두와르도도 상대적으로 마크보다는 사회적 화폐를 더 가진 친구입니다. 에두와르도의 첫 등장부터 우리는 그가 (상대적으로) 잘생겼다는 사실, 검은 정장을 빼 입을 정도의 부를 가졌다는 사실, 그리고 마크의 안부를 물으러 방으로 찾아올 심적 여유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마크와 마찬가지로 (이주민) 유대인이자 여자들한테 인기도 없지만, 물리적 및 정신적 여유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마크가 ‘너가 필요해’라고 말할 때마다 기꺼이 손을 내밀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입니다. 에두와르도는 사람(마크)의 감정 또한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의 그의 진술은 영화 속 내레이션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여하간 에두와르도는 정확히 ‘쿨’을 갖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마크보다는 풍요로운 사람입니다. 이는 두 사람이 기숙사로 돌아왔을 때 에두와르도가 맥주 2병을 꺼내는 반면, 마크는 맥주 1병을 꺼내는 장면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납니다.**** 이런 풍요로움이 마크가 중시하는 사회적 화폐의 형태, 즉 파이널 클럽의 초대라는 형태를 취하게 되자 마크는 에두와르도에게 질투를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이 질투가 에두와르도를 향한 복수로 즉각 이어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마크의 부족함이 에두와르도에게 ‘너가 필요해’라고 요청하게끔 했고, 그 말은 ‘너의 알고리즘이 필요해’, ‘너의 돈이 필요해’, ‘너의 인맥이 필요해’ 그리고 ‘너의 서명이 필요해’로 이어졌습니다. 질투심에 의한 의도적인 이용이라기보다는 ‘너는 돈/파이널 클럽/여자친구를 가졌으니까 내가 이만큼은 너에게서 가져가도 돼’의 일종의 권리의식entitlement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리카가 처음에 했던 말, ‘너드인 것(쿨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개새끼asshole라는게  문제’와 마지막에 펠로우 변호사가 한 말, ‘당신은 개새끼가 되려고 너무 노력하는you’re just trying so hard to be [an asshole]게 문제’이 수미상관을 이루며 대비됩니다. <소셜 네트워크>는 영화 내내 거의 쓰이지 않던 마크의 클로즈업으로 마무리됩니다. 전여자친구(?)에게 페이스북 친구 요청을 보내고 계속 새로고침을 누르는 마크의 얼굴을 향해 서서히 줌인하다가 그의 얼굴 옆에 “마크 주커버그는 세상에서 가장 어린 억만장자다”라는 캡션이 뜹니다. 결국 마크는 그토록 원하던 ‘쿨’ 대신 애초에 원치도 않던 돈방석 위에 앉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런 아이러니한 결말이 주는 특유의 탈력감에서 무엇을 느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가 10년이라는 시간을 견디고 모던 클래식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거의 동시대적인 소재를 갖고 인류가 수 천년 간 이야기 해온 케케묵고 구질구질한 이야기, 그렇기에 고전적인 이야기를 했다는 그 대비에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의 중심에는 질투, 자존심, 욕망 등의 감정이 있습니다. 또한 이 모든 일이 신의 저주에 의한 것이든 인간의 오만에 의한 것이든 운명의 장난에 의한 것이든, 잘못된 선택과 우연이 달음박질하여 도달하게 된 비극이라는 점에서도 고전적인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의 대중적 성공은 ‘고전성’의 영원성과 유효성을 첨단 기술과 소재로 증명한 것으로, 스토리텔링의 주도자로서 영화/영상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문학이 다른 생존 방편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또한 영화에서 ‘쿨cool’로 대표되는 완전히 새로운 가치가 탄생한 동시대적 현상의 중요성과 메커니즘을 꿰뚫어본 스토리텔러로서 데이빗 핀처(그리고 극본을 맡은 애런 소킨)의 직관이나 통찰력도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너무나도 오랜 역사를 가진 감정을 새로운 형태로 마주할때 우리는 픽션의 힘과 동시에 스토리텔링의 역할에 대해서까지도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것들을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의 원형이 실화라는 사실도 아이러니하네요. 그렇지만 실화의 신화화, 이것이야말로 픽션의 시작이라고 할만큼 고전적인 것 아닌가요?  



* 핀처와 오래 작업한 DP Jeff Cronenweth의 코멘터리, <소셜 네트워크>의 촬영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전반적으로 확인할 수 있음. https://www.youtube.com/watch?v=92grAwaEZds&ab_channel=TorlessBardamu 

Torless Bardamu, The Social Network bonus - The visuals (David Fincher, Jeff Cronenweth)


** 영화 스크린의 디지털 화면 재현 방식의 발전과 관련해서는 Every Frame a Painting이 또 다른 훌륭한 비디오 에세이를 만들어 놓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uFfq2zblGXw&list=PL2w4TvBbdQ3sMABf317ExCob_v6rW2-4s&index=21&t=0s 

Every Frame a Painting, A Brief Look at Texting and the Internet in Film


*** 이 글에서 한 장면 분석의 대부분 Every Frame a Painting의 이 비디오 에세이를 참고했다. 이들은 영화 <세븐>(1995)과 <조디악>(2007)을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PAloq5MCUA 

Every Frame a Painting, David Fincher- And the Other Way is Wrong


**** 유튜버 Jack Howard의 리뷰를 참고했다.(6분 27초~) 현재 감독겸 배우로 활동하고 있으며, 영국 가디언지의 영화 평론가인 마크 커모드와 함께 BBC에서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aUsLTJxNy4&ab_channel=JackHoward

Jack Howard, My Favourite Fil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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