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휴직이 가정주부가 되는 건가요?

by 잉여로운 백구인생


오늘 나는 육아 휴직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논의하고 싶다.


육아 휴직을 쓴다니까 주변에선 부러움 반, 응원 반 해주었던 말들이 ‘그래서, 가정 주부 되는 거야?’라는 반응이었다.


일단 육아 휴직을 쓰니 내 마음은 후련하면서도, 부부가 둘이 벌던 돈이 반으로 쪼그라드니 누가 말하지 않더라도 눈치라는 걸 슬금 보게 된다. 그래서 맞벌이일 때는 ‘살림은 남자가, 돌봄은 여자가!’를 당당히 외치던 자신감도 슬슬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누가 시키지도 않은 냉장고 정리를 하게 되고 늘 남편 몫으로 미뤄두던 화장실 청소도 하게 되는 횟수가 늘어나게 되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그게 공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아이 유치원 등원시켜 놓고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데, 밖에 나가서 겪는 스트레스를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라서 남편이 집에 오면 최대한 ‘집안 일도, 아이 돌보는 일도 평일엔 하지 않도록 하자’라고 생각하고 배려를 했었다.



밖에 나가면 커피라도 한잔 사 먹게 되니 ‘집에 있어볼까?’ 싶어서 어느 날은 집에만 있어 봤었는데, 이게 웬걸 집에 있으니 여기도 정리해야 할 것 같고, 세탁기는 돌려야 할 만큼 빨래가 쌓여있질 않나 눈을 돌리는 곳마다 ‘날 어서 정돈해 줘’하고 손짓하는 것만 같았다. 시험기간에 꼭 책상정리하고 방청소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었던 게 이런 마음이었을까 싶었다.


아이에게도 그동안 못줬던 사랑을 줘야겠다는 의무감에 매일 다른 반찬, 다른 간식을 준비하며 저녁에는 아이에게 책 3권씩을 꼭 읽어주고 나면 하루가 그냥 순삭이었다.


아, 이것이 육아 휴직이란 말인가.


육아 휴직을 하는 시간은 물론 말 그대로 육아에 집중하기 위한 휴직 기간인 건 맞다.

이 시기에 ‘아이에게 뭘 해주지? 아이와 어떻게 시간을 보내지?’ 등과 같은 아이에 포커스를 맞춘 생각에 뛰어들기 전에 한걸음 멈춰 서서 더 밀도 높은, 더 건강한 상태로 육아할 수 있는 나의 몸과 정신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먼저 생각해 봤으면 한다.



“일하면서 아이 키우기 참 힘들죠”라는 말로 퉁치기 힘들 만큼,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아이에 대한 일부분, 부모 자신에 대한 일부분을 어느 정도 깎아내며 버티는 중이다. “아이 하나를 키울 때 온 마을이 나서서 키운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이 어느 날은 굉장히 야속하고 속상하게 느껴졌던 날이 있다. 아이가 아파도 어디 맡길 곳도 없고, 직장에는 알량한 자존심으로 조퇴 좀 쓰겠다는 아쉬운 소리 하기가 싫었던 날. 그런 날, 속으로 눈물을 삼켜가며 어떻게 그 시간들을 건너왔는지 지금은 감히 가늠도 되질 않는다.



나처럼 누군가가 생각하는 ‘애매한 시기에’ 육아 휴직을 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놓쳐 왔던 것들에 대한 균형을 찾는 시간들로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회복이 필요하다



온전히 아이에게만 시간을 쏟는 것도, 육아 휴직을 하는 당사자 만을 위한 시간도, 가정 일을 돌보는 가정주부로서의 시간도 아닌 이 셋의 균형을 맞추어 보는 시간. 잠시 쉬어가는 시간인만큼, 일터로 돌아갔을 때 우리 가족 모두가 건강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더 오래도록 뛰어볼 수 있도록 장기전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만들어가고 싶다.


내가 직장인이었을 때를 생각하자. 이렇게 쉴 때 하고 싶었던 일들이 뭐가 있었지? 늘 시간에 쫓겨서 할 수 없었던 필라테스, 낮에 신상 카페 투어 하면서 조용히 책 읽기, 낮에 피곤이 몰려오면 낮잠 한번 거나하게 자보기 등이 있었는데, 이게 웬걸? 내일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이다. 1년 혹은 2년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시간이 길게 느껴져 허비해 버릴 것만 같아 나 스스로를 속여보려고 한다.


다음 달에 나는 직장에 돌아간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할 일은? 그날이 오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이 마구 떠오른다.


내일 아침엔 그 일부터 해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