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상담 받은 이야기
휴직을 한 직후 심리적으로 너무 힘이 들어 집 근처 심리 상담 센터에 상담을 받게 되었다.
그동안 직장 생활에서 겪었던 온갖 감정들을 다 쏟아내고 나니 후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 꼬아서 생각한 부분을 여과 없이 다 털어놓진 않았나? 싶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기질 검사를 했는데, 나는 관계성 욕구, 인내력이 거의 99% , 100%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래서 사람 간의 관계가 소중하고 참을성이 많아 관계들 속에서 그동안 굉장히 착취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한편 두려움에 대한 회피 성향은 낮아 무슨 문제든 부딪치더라도 넘어보려고 하고, 피하지 않는 성향이라 일할 때도 굉장히 속도감 있게 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정~ 말 부려먹기 좋은 스타일이었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듣고 보니 정말 맞았다. 그동안 스스로 호구가 아니라 생각했었지만 난 호기로운 삶이 아니라 호구스런 삶을 살아오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할 말 딱딱하는 편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할 말 딱딱하면서 절대 <거절>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거절당하는 걸 싫어하는 만큼 남도 나에게 거절받는 것을 싫어하겠지?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늘 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중에 한다는 말은 했지, 결코 누군가가 부탁을 하거나 제안을 했을 때 부풀어 오르려던 명치를 꾹 누르면서 어떤 부탁이든 수용을 했었던 것 같다.
또 나 같은 성향의 사람의 경우 다른 사람들의 칭찬과 비난에 굉장히 이리저리 휘둘리기 좋은 성향이라는 이야길 들었다. 그러나 이건 기질이니 바뀌기 쉬운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이면서, 내 기질을 올바른 방향으로 펼쳐나가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이런 기질을 갖고는 있지만, 이 기질을 갖고 발달된 나의 성격 형성은 <굉장히 자율성이 높은 반면, 관계성은 낮은> 아이러니한 그래프가 떴다.
‘자율성’이라 함은, 스스로 일을 추친하려고 하는 욕구를 뜻하는데 그게 타인의 눈에는 마치 <독불장군, 권위적인 태도>로 비칠 수 있고 특히나 상사의 눈에는 나에게 제대로 보고도 하지 않고 체계도 지키지 않는 선 넘는 부하직원처럼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길 들었다. 이야 진짜 내 속에 들어갔다 나오셨나. 정말 그랬을 것 같다.
난 일에 한번 꽂히면 두려울 것 없이 달려드는 스타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옆 사람들이 날 시기하든, 질투하든, 버릇없다고 생각하든 어쩌든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밀어붙이는 스타일인데, 이번 기질 검사에서 제대로 간파를 당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의 이런 성향이 외부 사람들과 부딪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고, 지금 관계성 지수가 낮은 이유도 이런 관계에서 자꾸 받아온 상처들이 쌓이고 쌓여 내가 관계를 닫아버린 것으로 드러난다는 이야길 들었다. 그렇지만, 난 사람들 사이에 있어야만 행복한 사람이니 차츰 이 관계성에 대한 성격을 회복해서 사람들 사이에서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게, 나는 소속감을 굉장히 중요시 여겼다. 대학에서도 맞지 않는 친구들과 동기 사랑은 나라 사랑이라며 끔찍이 챙겨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붙어서 지내보려고 했었다. 지금 직장에서도 그랬다. 무리한 요구인 것을 알면서도 대의를 위해서 내가 희생해야지.. 하면서 묵묵히 해왔던 일이 어느 순간 나에게는 피해의식으로 다가와 버렸다. 내가 이 조직을 위해 어떻게 했는데,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와 같은 피해 의식이 싸악 나를 감싸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나의 기본 성향이 ‘정의’에 대해 민감하고 받아들이고, 에너지와 추진력이 있기 때문에 인간으로서도 굉장히 <좋은 자원>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조직에서 힘을 길러야 할 때이기 때문에 아직 내 역량을 맘껏 펼쳐서 보이기보다는 납작 엎드려서 때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는 인생의 지혜도 더불어 주셨다.
내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서, 그리고 관계를 깨기 싫어서 묵묵하게 참아왔던 요구들은 쌓이고 쌓여 억누를 수 없는 상황까지 간 것이고, 결국 관계가 단절될 때에서야 멈춰진 것은 아닌가 싶었다.
앞으로의 상담, 그리고 직장에 돌아가기 위한 준비책으로 <친절하게 거절하는 법>에 대해서 배워보기로 했다. 능청스럽게, 위트 있게 거절하는 것이 오히려 관계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새삼 머릿속에 각인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씨:게 한번 배웠으니 앞으로 더 잘해나갈 수 있겠지. 남은 시간들은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입니다>를 이야기하는 삶으로 만들어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