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공공공간 산책 이야기
브라이언트 파크 (Bryant Park)
Address: New York, NY 10018, USA
동생이 뉴욕으로 놀러 온 여름, 우리는 무엇을 할까 찾아보다가 브라이언트 파크(Bryant Park)에서 무비 나이트(Movie Night)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퇴근 후에는 식당 말고 갈만 한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저녁도 먹고, 공원도 구경하고, 영화까지 볼 수 있다고 하니, 영화 상영 날에 맞춰 브라이언트 파크에 꼭 가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퇴근이 계속 늦어져 몇번의 기회를 놓치고, 그 해 여름 마지막 상영일에 드디어 갈 수 있었다.
브라이언트 파크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미드타운의 한 블록 전체를 차지하는 공원이다. 공원 전체는 고층 오피스 건물이 둘러싸고 있고 공원 한 켠에는 뉴욕 공립 도서관도 있다. 공원 중앙에 서 있으면 사방의 고층 건물이 내려다보는 듯하여 살짝 불편한 느낌도 받는다. 하지만 공원 가장자리에 숲을 이루는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 캐노피(숲의 나뭇가지들이 지붕모양으로 우거진 것)는 머리위로 반투명한 막을 드리워, 건물에서 공원으로 향한 시선을 한소끔 떼어 놓는다.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는 의자와 테이블이 있고, 사람들은 나무 그늘 아래에서는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바쁜 도심속으로 사라지곤 한다.
영화 상영일, 공원에 도착하니 잔디광장 중앙에 벌써 커다란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다. 오후 8시 시작이었지만 일찍부터 공원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우리는 잔디광장 뒤 키오스크에서 파는 피자와 샐러드 그리고 디저트까지 사서 앉을 자리를 찾았다. 영화 스크린이 보이면서도 그늘아래 음식 먹기 좋은 자리를 운이 좋게 발견했다. 어느새 떠들썩한 공원은 조용해지고 흑백 영화가 시작되었다. 영화에 흥미는 없었지만 같은 공간 안의 사람들이 숨죽이며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어 나도 모르게 영화에 빠져 들었다.
영화 중반쯤 되어 주위를 둘러보니 뉘엿뉘엿하던 여름 해도 들어 가고 어두워져 있었다. 공원 주위의 건물에서 조명이 켜지자, 지붕처럼 공원을 덮고 있던 플라타너스 나무 캐노피 사이로 주홍빛의 창이 선명하게 보였다. 윤곽을 드러낸 고층건물은 이곳이 도심지의 한 가운데 있는 공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주위를 둘러보며 딴 생각을 하다가 다시 영화로 눈을 돌렸다.
https://goo.gl/maps/61NpsMpXmZipnRyG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