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면 서평은 두 개의 질문에서 시작한다. 질문이 시선을 만들고, 시선이 해석을 만든다. 질문이 없으면 점도 없고 선도 없다. 면은 당연히 없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고 나면 질문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재미있게 읽었는데 뭘 물어야 할지 모르겠다. 분명 감동한 것 같은데 그 감동을 질문으로 바꾸지 못하겠다. 책을 덮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결국 줄거리 요약으로 서평을 시작한다.
아쉽게도 질문은 저절로 떠오르지 않는다. 노력을 들여 찾아야 한다. 이 장에서는 질문을 찾는 구체적인 방법을 다룬다.
가장 좋은 질문은 불편함에서 나온다. 책을 읽다가 걸리는 곳이 있거나 이해가 안 되는 대목. 납득이 안 되는 행동이나 갑자기 튀어나온 전개. 어색하게 느껴지는 문장. 자연스럽게 이런 곳에서 멈추게 된다. 왜 이렇게 썼을까. 왜 이 인물은 이런 선택을 했을까. 왜 작가는 이 장면을 넣었을까. 이 “왜?”가 질문이다.
『칼의 노래』를 읽으면서 불편했던 대목이 있다. 이순신이 죽음을 너무 담담하게 받아들인다는 것. 영웅이라면 살아서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싶어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이순신은 죽음을 피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불편하다. 왜 그런가.
이 불편함이 질문이 되었다. “이순신은 왜 죽음을 각오했는가.”
불편함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불편함은 책과 나 사이에 틈이 생겼다는 신호다. 그 틈을 파고들면 질문이 나온다. 매끄럽게 읽히는 책보다 걸리는 책이 좋은 서평을 낳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편함을 찾으려면 능동적으로 읽어야 한다. 수동적으로 읽으면 책이 이끄는 대로 따라간다. 걸리는 곳이 있어도 그냥 넘어간다. 능동적으로 읽으면 계속 질문한다. 왜 이렇게 됐지? 이게 말이 되나? 여기서 왜 이 단어를 썼지? 이 질문들이 쌓이면 불편함이 선명해진다.
질문은 나에게서도 나온다.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나는 다르다. 무언가 바뀌었다. 생각이 바뀌었거나, 감정이 움직였거나,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변화가 질문의 실마리다.
나는 왜 이 책을 집어 들었는가. 제목에 끌렸는가, 누군가의 추천 때문인가, 우연히 손에 들어왔는가.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어떤 상태였는가. 무엇이 궁금했고, 무엇이 답답했고, 무엇을 찾고 있었는가.
책을 읽고 나서 무엇이 달라졌는가. 궁금했던 것이 풀렸는가, 아니면 더 커졌는가. 예상과 달랐던 것은 무엇인가. 책이 나에게 던진 질문은 무엇인가.
『과학산문』 서평은 이렇게 시작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허우적거릴 무렵, 나는 나와 연결된 관계의 ‘결’을 보고 싶었다.” 책을 읽기 전의 상태가 담겨 있다. 관계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고, 뭔가를 보고 싶었다. 이 상태에서 책을 만났고 책을 읽은 후에는 달라졌다. 책이 준 것은 단순히 정보가 아니라 태도의 전환이었다.
이 변화를 짚어내면 질문이 나온다. “이 책은 나에게 무엇을 바꿔놓았는가.” “왜 이 책이 나에게 필요했는가.” 이런 질문은 책의 내용에서 나오는 질문과 결이 다르다. 책과 나 사이의 관계에서 나오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이 서평에 개인적인 목소리를 부여한다.
질문은 맥락에서도 나온다. 책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있다.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책들이 있다. 책이 쓰인 시대가 있고, 책이 읽히는 지금이 있다. 이 맥락 속에서 책을 보면 새로운 질문이 떠오른다.
작가의 다른 작품과 비교하면 어떤가. 김훈은 『칼의 노래』 외에도 여러 소설을 썼다. 『현의 노래』, 『흑산』, 『남한산성』. 이 작품들에서 반복되는 주제가 있는가. 『칼의 노래』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이 맥락에서 나온다.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책과 비교하면 어떤가. 이순신을 다룬 책은 많다. 『난중일기』가 있고, 다른 작가들의 소설이 있고, 역사서가 있다. 『칼의 노래』는 이 책들과 무엇이 다른가. 김훈의 이순신은 다른 이순신들과 무엇이 다른가.
시대와 연결하면 어떤가. 『칼의 노래』는 2001년에 출간되었다. 그 시대의 한국 사회는 어떤 상태였는가. 이 책이 그때 읽힌 방식과 지금 읽히는 방식은 다른가. 오늘 이 책을 읽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맥락에서 나오는 질문은 책을 더 넓은 그림 속에 놓는다. 책 하나에 갇히지 않고 주변과 연결한다. 이런 질문은 서평에 깊이를 더한다.
질문은 텍스트 자체에서도 나온다. 책에는 저자가 의식적으로 쓴 것과 무의식적으로 드러난 것이 있다. 의식적으로 쓴 것은 눈에 잘 보인다. 주제, 메시지, 주장. 무의식적으로 드러난 것은 눈에 잘 안 보인다. 문체, 구조, 반복되는 이미지, 빠진 것들.
문체에 주목해보자. 김훈의 문장은 짧고 건조하다. 왜 이런 문체를 선택했을까. 이 문체가 내용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만약 만연체로 썼다면 같은 내용이 다르게 느껴졌을까.
구조에 주목해보자. 책은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끝나는가. 왜 이 지점에서 시작했는가. 왜 이 장면으로 끝냈는가. 생략된 것은 무엇인가. 작가가 자세히 다룬 것과 스쳐 지나간 것의 차이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반복되는 이미지에 주목해보자. 『칼의 노래』에서 “칼”은 계속 등장한다. 칼은 무기이면서 동시에 다른 무언가의 상징이다. 무엇의 상징인가. 왜 “칼의 노래”인가. ‘칼’과 ‘노래’의 조합은 무엇을 암시하는가.
빠진 것에 주목해보자. 작가가 쓰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이순신의 가족 이야기는 얼마나 나오는가. 전투 장면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쓰지 않기로 한 것들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텍스트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질문이 떠오른다. 겉으로 보이는 것 너머를 묻는 질문, 작가의 선택을 묻는 질문, 텍스트의 무의식을 묻는 질문.
질문을 찾았다. 그런데 질문이 하나뿐이다. 점선면 서평에는 두 개의 질문이 필요하다. 어떻게 두 번째 질문을 찾을 수 있을까. 방법이 있다. 첫 번째 질문의 방향을 뒤집어보는 것이다.
첫 번째 질문이 내면을 향한다면, 두 번째 질문은 외부를 향하게 한다. “이순신은 왜 죽음을 각오했는가”가 내면을 향하는 질문이라면, “이순신의 죽음을 원하는 적은 누구인가”는 외부를 향하는 질문이다.
첫 번째 질문이 원인을 묻는다면, 두 번째 질문은 결과를 묻게 한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와 “이것이 어디로 이어지는가”.
첫 번째 질문이 한 인물을 향한다면, 두 번째 질문은 다른 인물을 향하게 한다. “A는 왜 그랬는가”와 “B는 왜 그랬는가”.
첫 번째 질문이 내용을 묻는다면, 두 번째 질문은 형식을 묻게 한다. “이 책은 무엇을 말하는가”와 “이 책은 어떻게 말하는가”.
뒤집는다고 해서 완전히 반대되는 질문을 찾으라는 뜻이 아니다. 2장에서 말한 것처럼, 두 질문은 공통의 축을 가지면서 다른 방향을 향해야 한다. 완전히 반대되면 축이 사라진다. 적절히 다른 방향, 그러면서도 연결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질문을 찾았다고 끝이 아니다. 질문을 다듬어야 한다. 좋은 질문은 구체적이다. “이 책은 무엇을 말하는가”는 너무 넓다. “이 책에서 이순신은 왜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가”는 구체적이다. 구체적인 질문이 구체적인 답을 이끌어낸다.
좋은 질문은 열려 있다. “이순신은 영웅인가”는 예/아니오로 답할 수 있다. 닫힌 질문이다. “이순신은 어떤 종류의 영웅인가” 또는 “이 책에서 영웅은 어떻게 정의되는가”는 열린 질문이다. 열린 질문이 풍부한 답을 이끌어낸다.
좋은 질문은 책에 근거가 있다. 내 상상에서 나온 질문이 아니라 텍스트에서 출발한 질문이어야 한다. “이순신은 왜 죽음을 각오했는가”는 책에 근거가 있다. 이순신이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이 근거 위에서 질문이 성립한다.
질문을 다듬을 때 스스로 점검해보자. 이 질문은 충분히 구체적인가. 이 질문은 열려 있는가. 이 질문은 텍스트에 근거가 있는가. 세 가지를 통과하면 쓸 만한 질문이다.
그래도 질문이 안 떠오를 때가 있다. 책을 읽었는데 아무것도 걸리지 않는다. 나와의 연결점도 모르겠다. 맥락도 모르겠다. 텍스트를 들여다봐도 특별히 눈에 띄는 게 없다. 이럴 때는 질문 목록을 활용해보자. 어떤 책에든 적용할 수 있는 기본 질문들이 있다.
“작가는 왜 이 이야기를 썼을까.”
“이 책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단어나 이미지는 무엇인가.”
“이 책에서 가장 이상한 장면은 무엇인가.”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무엇인가. 그리고 그 요약은 무엇을 놓치는가.”
“이 책이 답하려는 질문은 무엇인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여전히 모르겠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을 하나씩 던져보면 어딘가에서 걸리는 곳이 나온다. 거기서 시작하면 된다.
질문은 서평의 출발점이다. 질문 없이는 점선면도 없다.
질문은 불편함에서, 나에게서, 맥락에서, 텍스트에서 찾을 수 있다. 하나를 찾았으면 방향을 뒤집어서 두 번째를 찾는다. 찾은 질문은 구체적이고 열려 있고 텍스트에 근거가 있는지 점검한다.
질문을 찾는 능력은 훈련으로 길러진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어렵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질문을 찾으려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1부가 끝났다. 점선면 서평이 무엇인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어떤 원칙을 따라야 하는지, 질문을 어떻게 찾는지 살펴보았다. 2부에서는 점선면 서평을 실제로 쓰는 일곱 단계를 하나씩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