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님이 주신 책갈피에 새끼손가락이 찔렸다.
난생처음 선물 받은 책갈피를 집에 가지고 온 날, 언니에게 이것 보라며, 빛깔 보라며, 잔뜩 신나서 말했었는데, 언니도 꼭 나와 같은 반응으로 너무 예쁘다고 말하며 같이 들떴었다. 언니는 이 책갈피에 새겨진 '프라하'라는 알파벳을 보고 나중에 같이 프라하에 가자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 이후에도 종종 이 책갈피를 마주 할 때마다 언니와 나는 이 작은 것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고는 했는데, 어느 날 책갈피에 손가락이 찔려버린 것이다. 날카로운 윗면에 손가락이 찔렸을 때, 손끝에서 찌르르 전해져 오는 아픔 때문에 이 책갈피가 순간 미워졌었다. 그런데, 이 순간 덕분에 깨달았던 것이 있다.
이 아름다운 책갈피에도 손가락이 찔려 아파하는데,
항상 아름답다 감탄하고, 잃고 싶지 않아 하는 것들은 왜 완벽해야만 하는 걸까. 내 안에 자리 잡은 한계를 모르는 완벽을 책갈피를 보고 문득,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완벽한 인생, 완벽한 사랑, 완벽한 사람은 없는데... 아름다움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가진 이 책갈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