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하는 일상 속 사람들_이나이즈미 렌
독서의 기쁨도
책을 만드는 수많은 사람들의
정성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마지막 페이지)
독서를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책의 존재 유무다. 책이 끊임없이 만들어져야만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들이 책을 접할 수 있고 책 속의 세상을 만나볼 수 있다. 이러한 책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지 않은가?
나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책과 함께할 수 있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그중 출판 편집자나 북 큐레이터와 같은 직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만 보고서는 책과 관련된 여러 직업을 소개하는 느낌의 책으로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직업을 소개하는 것보다는 책이 만들어지는 데 관여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 이 일을 하면서 어떤 추억이 있었는지 등에 관한 그 사람들마다의 인터뷰를 담은 느낌이었다.
이 책은 작가, 교열자, 출판 에이전트, 서체, 종이, 활판인쇄와 관련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책과 함께 하는 삶을 그렸다. 처음에 내가 예상한 내용과는 달랐지만 각 챕터마다 내용이 소제목 별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한 사람에서 많게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그 직업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매력을 지니는지, 또 책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를 알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중략) 하지만 에이전트에게는 에이전트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역할, 우리밖에는 할 수 없는 일이 있지요. 기획 단계부터 해외 작품을 접하고 가치를 꿰뚫어 보고 각각의 저자에게 가장 적합한 일본 출판사를 소개할 수 있는 건 저희 에이전트뿐이니까요."(66p.)
깊게 알아볼 수 있었던 직업은 에이전트와 교열자였다. 인용구에서의 출판 에이전트라는 직업은 출판 저작권 에이전트라고도 불린다. 이 일은 작가의 권리를 직접 대리하면서 국내와 해외에 판권을 조율하는 직업이다.
사실 출판 저작권 에이전트라는 직업을 처음 들어봐서 생소하기도 했으나, 생소한 마음과 함께 책에서 전해지는 에이전트들의 열정과 해외 작품이 우리나라에 넘어오기까지의 뒤에서의 노력이 너무나 멋지게 느껴졌다. 출판 에이전트라는 직업을 이 책을 통해 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교열자라는 직업을 알기 전에 교정, 교열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하는데, '교정, 교열이란 저자가 쓴 원고를 인쇄된 교정쇄에 앉혀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작업'을 말한다고 한다. 교정은 교정쇄를 살피는 일이고, 교열은 내용의 사실 여부와 잘못된 문장을 고치는 일을 말한다. 이 일을 통틀어 하는 사람을 교정자, 교열자라고 한다. 사실 교열자라는 직업은 일본 드라마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에츠코'에서 처음 알게 된 직업인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책과 관련된 일을 꿈꾸게 되었기에 기억에 남는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코노 에츠코'는 의도치 않게 교열부에 들어가게 되는데, 교열 일을 계속해나가면서 그 일에 점차 빠져들게 된다. 주인공과 교열부 사람들이 교정쇄를 읽으며 빨간 펜으로 체크하는 모습, 의문이 생기면 꼭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열정이 넘치는 모습이 '교정, 교열이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불꽃이 튀는 것처럼 열정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 책에서도 이렇게 열정이 가득한 교열자가 나온다. 교열자라는 직업은 홀로 교정쇄와 싸워야 하는 고독한 작업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어떤 직업보다도 소통이 중요한 직업임에도 분명하다. 바로 저자와의 소통 말이다.
.......(중략) 교정, 교열이라는 작업이 오자와 실수를 찾아내는 기술임과 동시에 교정쇄를 통해 저자와 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81p.)
이 책의 아쉬운 점은 개인적으로 책 내용이 기대와는 달랐다는 점과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어서 한 사람의 인생 중 한 부분을 보는 느낌이었다는 점이다.
제5장의 디자인 관련 내용에서는 북 디자이너가 이때까지 해왔던 북 디자인을 설명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일본 책이어서 그런지 구글이나 네이버를 통해 검색해봐도 내가 원하는 내용을 찾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디자인 내용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사진과 함께 책 내용을 이어나갔으면 더 이해하기 수월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관심이 많은 누구나가 읽으면 좋지만 교열자나 에이전트, 한 부분 부분마다의 내용이 많진 않고 짧게 다루어져 있어서 깊게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있다면 다른 책을 찾아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가볍게 책과 관련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책으로 접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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