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출

국보 | 한 줄기 빛처럼 강렬한 가부키의 세계

by 무화


몇 번이고 손을 들었던 그날이 떠오른다.


한국어 교원 시험을 준비하며 등뼈에 비늘이 돋았었다. 짧은 기간 동안 공부하느라, 막바지엔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며 꾸역꾸역 밀어 넣었었다.


(더 굉장한 표현을 찾고 싶지만 지금 이 감각이 사라지기 전에 똥글을 휘갈겨서라도 남기고 싶다. 지금은 이 정도로도 유효하다. )


공부량이 어마어마했고, 횡으로 치고 나가며 종으로 파고 내려가는 공부였던지라 시험 당일까지 예민함이 극에 달해 있었다. 내 자신을 작품으로 만들어 궁극의 어떤 상태에 도달코자 했던 무모한 열망을 품었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을 단시간에 들이부은 상태.


그것이 어떤 매질을 통하든


남은 건 분출이었다.



모종의 기대와 설렘. 그에 반하는 무력감과 스트레스. 뜻 모를 희열과 불안, 초조, 뭐 온갖 상태가 뒤섞인 감정의 멜팅팟에 빠져 3교시 시험지를 받아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오늘 이 날의 감각이 죽는 날까지 잊히지 않을 거라 직감했다.


시험 중엔 고사장을 나갈 수 없으므로 손을 들었다는 건 그날의 시험을 포기한다는 뜻이 된다. 3교시 시험 시작을 기점으로 몇 문제 풀지 않은 시점에서 나는 손을 들고 말았다.

감독관은 정말 포기하겠냐고 물었다.

대화가 오가던 사이 조금 잦아들었고

그 과정을 세 번 정도 반복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내 뒤에 앉아 사투를 벌이며 나를 저주했을 그분께 죄송하기 짝이 없다.


이 씬의 미감은 형용불가

오늘.

국보를 보며 그날과 거의 흡사한,

그 어떤 단어로도 형용할 수 없는,




맹렬한 요의를 느꼈다.



그 누구의 설명이나 해석도 보고 싶지 않다.

그저 이 감각만을 기록해두고 싶다.


● 도서 : 국보 - 요시다 슈이치

● 영화 : 국보 - 이상일



<왕의 남자> <패왕별희>보다 더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예술의 극점에 도달하기 위해 자신의 딸을 태워버린


라쇼몬의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지옥변》 요시히데



원작을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