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액트 | children Act
Why와 How사이의 choice 에 관하여.
찰나刹那란 산스크리어트어의 '크샤나'를 음역 한 말이다. 아주 짧은 시간이란 뜻으로 '한 생각을 일으키는 순간'을 의미하는데 현대 시간으로 환산을 하면 '75분의 1초'정도다. 예순이 되어가는 피오나가 폭풍우를 뚫고 온 열여덟 애덤과 입맞춤한 2초 남짓한 시간 위의 상념... 그 시간들은 그녀 인생을 흔들만한 충분한 시간이었다.
《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큰 골조는 명망 높은 판사 피오나가 아동법 [아동의 양육과 관련한 사안을 판결할 때 법정은 아동의 복지를 무엇보다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에 의거해 종교적인 신념으로 수혈을 거부하는 미성년자 애덤에게 수혈을 받도록 설득하는 이야기이다.
전체 289쪽 중 90쪽에 가서야 칠드런액트가 전면에 등장하고 124쪽에서야 비로소 애덤을 직접 만나기로 결심한다. 이후 애덤을 만난 것도, 만나게 되는 것도 매우 짧은 시간이다. 이 골조는 피오나의 무너지는 인생 한 귀퉁이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이며 그녀의 삶 전반을 관망케 하는 역할을 한다. Why와 How사이의 choice
그것도 아주 우아하고 위태롭게.
왜
피오나는 직접 애덤을 만나러 갔는가.
표면적으로는 시간이 촉박했고.
피오나 자신의 가정사의 수렁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군주를 대신하는 후견인 역할을 하는 판사가 직접 방문하는 일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는 것.
병원에 대한 유년기의 즐거운 기억. 그리고
샴쌍둥이의 삶과 죽음에서 남은 후유증 때문이었다.
차악의 선택으로 온전하지 못한 쌍둥이 매슈를 죽인 후 온전하지 못한 미성년자 애덤은 살리고 싶었을 것이다.
어쩌면 피오나에게 이 일은 자신의 상황을 환기시키기 위한 choice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애덤에게는 세계가 뒤바뀌는 날이었다.
어떻게
애덤은 피오나를 만나러 가게 되었을까.
피오나의 병실 방문은 '특이한 상황' 이상의 것이었다. 좁은 울타리에서 살아온 애덤에게 피오나는 세계를 만들어준이었고 계시를 내려준 이자, 수호천사였다.
그토록 오래 신봉하던 종교에 반하는 수혈 지시 후 환희에 찬 눈물을 흘리는 부모님을 보며 애덤이 느꼈을 감정. 자신의 좁고 작은 세계가 무너지며 새롭게 부상했을 피오나가 구축해 준 세계. 그 세계를 온전히 누리려면 그녀가 필요했다.
애덤에게는 이유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했다. 맹랑한 짓이었으나 그 아이의 자유 의지에 의한 children Act.
(제목이 중의적이란 걸 이 글을 쓰며 깨달음)
그러나, 그녀는
늙은 송어(매력 없는 중년 여자)였고, 허식에 빠진 여자, 무지개 비늘이 달린 물고기이자 기만적인 인물... 최종적으론 사탄이었다.
그리고 사탄은 백혈병이 재발한 애덤에게 치명적인 결정권을 주었다.
거절당한 아이의 눈빛만큼 아픈 게 있을까.
애덤에게 돌아가라는 말은 선고에 가까웠으리라.
아동법 칠드런 액트에 따라 아동(183cm의 아동. 칠드런은 어쩐지 어색하지만)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살핀다면 종교와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애덤에게는 또 다른 보호책을 보장했어야 한다. 삶과 사랑을 제안해 주고선 도망쳐버린 비겁한 어른.
75분의 1초..
내가 도망쳐 온 사람들의 눈물.
아이는 나를 찾아왔고, 그 애가 원했던 건 모든 사람이 다 원하는 것,
초자연적인 힘이 아닌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것이었는데.
그건 ‘의미‘였어. 288)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사람만이 알려줄 수 있는
세계의 의미.. 애덤이 하숙생이 되어 긴 항해를 함께 하자고 했을 때 찰나의 순간 피오나는 손님용 침실을 떠올렸다. 그녀도 원했다 애덤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삶의 가능성을.
수혈된 붉은 피는 세계를 거쳐 피오나라는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되돌아갔다.
푸른 정맥과도 같은 청록색 드레스를 입은 피오나가 연주하는
The sally garden.
애덤의 바이올린 연주에 맞춰 불렀던 그 노래는 물 웅덩이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파문을 일으키며 회한과 수치심, 죄책감을 불러온다.
강변의 들판에 내 사랑과 나는 서 있었지.
기울어진 내 어깨에 그녀가 눈처럼 흰 손을 얹었네
강둑에 풀이 자라듯 인생을 편히 받아들이라고 그녀는 말했지.
하지만 나는 젊고 어리석었기에 이제야 눈물 흘리네. - 버드나무 정원을 지나
속죄에서 작가는 미숙한 이의 선택과 그 파장을 그렸다. 관계의 부조리에 대해 이토록 치밀하고 밀도 있게 말할 이야기꾼이 또 있을까. 위트 있는 문장은 단 한 줄도 없었다. 그러나
즐거웠다.
● 도서 : 칠드런 액트-이언 매큐언
● 영화 : 칠드런 액트-이언 매큐언 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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