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것은 언제나 의심스러워

詩作 13' 모래의 남자님의 답시

by 무화



반으로 자르면

칼이 지나간 자리에서 김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미 늦었다는 증거처럼


구멍은 비어 있는데 비어 있지 않아

손가락을 넣으면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깊이

만져봐 매끈하지 이런 것들은 대개 아무 말도 하지 않아


크림치즈를 바른다 하얀 냄새

지워지지 않으려 서로를 끌어당기는

젖은 벽지처럼 들러붙는 기억

하나만 고르라고 했지

그런데 너는 째깍거리는 시계와 먹어도 줄지 않는 쭈쭈바와 젖을 일 없는 앞치마와 끝이 없는 문장을 동시에 올린다


괜찮아 그 아무도 정량으로 살아본 적은 없으니까


빨간 책 파란 책 말고 진짜 책

매번 같은 페이지에서 피가 나도록 접히는

눈알이 필요해 두 개로는 모자라 흔들리는 눈 붙여도 붙여도 초점이 맞지 않는 것들


매생이빛 강아지의 털은 젖어 있고 짠내가 난다 살아 있는 것은 대개 바다 쪽으로 기운다


휴지를 작게 말아 올려 울음을 연습한 흔적 언젠가 쓸모가 있을 거야 아니면 이미 쓴 걸지도


조심해 토핑이 미끄러진다

구멍 속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우주

빠질 때 소리가 없다


이제 먹어 꼭꼭 씹어 아는 척하지 말고

씹는 동안 생각은 점점 물러진다


삼킨 뒤에야 너는 안다

안다는 게 사라진다는 뜻에 가까울지

모른다는 걸 알게 된다는 것일지


그리고 남은 반쪽

아직 차갑고 누구에게 가게 될지 모르는

아무도 견디지 못할 맛




둥근것은언제나의심스러워 모래의 남자


구겨진각막 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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