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멸

주름 | 더 파더

by 무화
What power art thou



The Cold song by John Dryden

What power art thou, who from below

Hast made me rise unwillingly and slow

From beds of everlasting snow?

See'st thou not how stiff and wondrous old,

Far unfit to bear the bitter cold,

I can scarcely move or draw my breath?

Let me, let me freeze again to death.


이 시는 영국 작곡가 헨리 퍼셀의 극 오페라 < 아서 왕 King Arthur >으로 만들어졌다.


영화 <The Father>의 도입부 안소니의 딸 앤이 굳은 얼굴로 걷는 씬에서 차갑고 비장하게 흐르는 바로 그 곡이다. 앤이 도착한 곳은 그녀의 집처럼 느껴지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아서 왕의 성을 닮은 그곳은 어디일까.



《더 파더 vs 주름》



더 파더의 안소니와 주름의 에밀리오는 공통된 질병을 앓고 있다. 그들의 시계(시간)는 종종 누군가가 훔쳐가고, 잊혀진다. 심지어 꿰차야 할 때 차지 못한다. 숨겨두어도 다른 이의 시계를 탐내보아도 소용없다. 어느새 그들의 시간은 휘발되고, 사라져 버린 시간만큼 그들의 얼굴은 주름으로 뒤덮인다.



안소니는 창밖을 여러 번 내다본다.


Avalon이라는 상점의 간판이 보인다ㅡ정확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한다.ㅡ 죽음, 늙음 같은 현실의 고통에서 해방되어 아름다움과 즐거움만이 존재하는 낙원의 공간으로 가고자 하는 욕망. 그러나 선형적 시간의 흐름은 그들을, 우리를 가혹하게 일깨운다.


안소니가 경험한 상실은 그를 Avalonㅡ그가 킹 아서처럼 호령하고 상주하는 집ㅡ으로 눈 돌리게 하지만 종국에 그는 아이로 회귀하는 듯 시설의 간호사에게 안겨 흐느끼고 만다. 이 장면은 뭐 속절없이 따라 울 수밖에 없다. 똑 똑 떨어지는 수도꼭지의 물방울은 처연함을 더하고. 흔들리는 눈동자는 내 아버지를 꼭 닮았다. 모든 노인의 얼굴은 쌍둥이처럼 닮았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저항하던 에밀리오도 자신을 돌보는 미겔의 손과 얼굴을 받아들인다. 그에게도 모데스토의 구름 같은 환희가 이따금 찾아오면 좋겠다. 사기꾼!이라고 속삭여줄 이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고.


"내 잎사귀가 다 떨어진 것 같아."


"옷을 갈아입어요.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는 거예요.

이렇게 화창한 날씨는 오래가지 않아요."




스틸 앨리스 앨리스.

파더 안소니.

주름 에밀리오.

내가 알던 사람 아버지.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의 아버지.



이 이야기들은 존재의 필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동시에 어떻게 소멸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구름은 사라지지 않고 비가 되어 내리고. 잎사귀는 낙엽이 되어 흙이 된다. 시간, 당신은 어떤 권능을 가졌는가? 우리는 필멸하기에 지금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그 속에선 때 묻고 희미해졌을지언정 누군가의 사랑을 되뇌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사랑 안에서만 이야기가 되어 남을 것이다.


● 도서 : 주름 - 파코 로카

● 영화 : 노인들 Arrugas

● 확장 영화 : 《The Father》

● 확장 도서 : 《내가 알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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