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한 짐승의 연애
골질의 등딱지로 덮여 있다.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등딱지가 띠 모양 또는 판자 모양의 부드러운 피부에 의해 연결되어 있다. 피부나 복부에는 털이 있고, 머리는 편평하며, 이빨은 작지만 많다. 사지는 짧지만 튼튼한 발톱이 있어 구멍을 파는 데 편리하다.
차갑고 무정한 이 짐승이 어느 날 불현듯 초식 동물로 각성하는 상태를 상상해보았다.
'씹으면 모두 제 것이라며 가책 없이 삼켜버리는 육식 동물이 아니라, 금방 목구멍으로 넘어간 한 줌의 기억조차도 믿지 못해 자꾸자꾸 되새김질하는 소심한 초식 동물'_초식 동물의 음악
긁어 만든 골질의 등아래에 숨은 연한 상처들을 오직 그만이 볼 수 있는 채로 하릴없이 반추反芻만 하는 반추동물.
상처는 핥는것보다
열어두는게 나아.
《무정한 짐승의 연애》 이응준
오후 2시경, 무한 리필 샤브샤브에 갔으나 쉴틈없이 맹렬히 낙하하는 붉은 고기들을 보며
다음엔 채소만 무한 리필되는 곳에 가는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치, 난 역시 채식주의자에 가깝지. 아이스크림을 에이리언처럼 짰지만 그건 그것대로 재미나 즐거워했다.
오후 7시경, 양갈비집에 가서 쉴새없이 불맛을 입는 갈색의 고기를 노려보았다. 젓가락을 테이블에 단 한번도 두지 않고 입에 문 채 생각했다. 맥주가 필요하군. 난 이제 초식 동물이 아닌것 같다.
반추反芻를 거부하는건가.
하. 하. 하.
2025년 1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