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나

마션 | I'm pretty much fucked

by 무화
중학교 때의 일입니다. 창의적인 욕 만들기 배틀을 한 적이 있습니다. 리스트를 작성해 낭송하면 청취자들이 점수를 매기는 식으로 요. 진지하게 임했습니다. 겁나 신박하고 허를 찌르는 욕을 만들었다고 자부했죠. 그러나 패배했습니다.
욕이란 건 단전에서부터 상승하는 깊은 빡침의 감탄사라는 걸 몰랐던 겁니다. 아...순수하고 풋풋했다.
화성에 탐사를 왔다가 홀로 조난당한 과학자 마크 와트니는 굉장히 심사숙고한 끝에 상황을 진단하고 평가합니다.
'아무래도 좆됐다'
책의 첫 문장입니다. 이 이상 표현할 단어가 없지요.
그는 다음 화성 원정대가 올 때까지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러나 수백 일이 걸릴 다음 원정대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식량이 없습니다. 유일한 희망은 추수감사절 파티 용으로 가져왔던 감자 몇 알입니다.
그는 사람으로 살아남을까요?
아니면 생식기가 될까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도, 인터스텔라에서도 늘 누가 구하러 가야 하는 '손 많이 가는 남자' 마크 와트니를 따라가 봅시다. 햇감자 포슬포슬 쪄서 후룰룰루 집어 먹으면서요.
bring him home



마크 와트니 우쭈쭈기1



● 읽기 기록 : 1일째


m-이 기록을 누가 읽기나 할지 모르겠다.

g-누구긴, 당신의 기록은 내가 읽고 있지.

요즘 자주 까무룩 잠드니 재간 좀 부려야 할 거야 마크 와트니. 당신의 여정이 심히 궁금해. 생식기가 되는지도. 영화를 본 지 오래라 맷 청년은 잊었어. real마크를 보여줘. 지켜본다. 시작!

추신) 첫 문장은 아무리 봐도 예술이야.

근데 대적할만한 문장이 있어. 절판이었는데 복간됐지 뭐야. wow!


● 읽기 기록 : 2일째


m-어서 일을 시작하렴, 박테리아들아. 난 너희들만 믿는다.

g- 킥킥대며 웃는 거 오랜만이야. 근데 속이 좀 안 좋네? 화학은 어질어질. 왜 멀미가 나지?


● 읽기 기록 : 3일째


m-화성에 고립된 상태이고 모두가 자신이 죽은 줄 알고 있으며...

g-나 지금 병원이야. 검진 왔어. 사실 당신의 생사보다 내 안위가 걱정이라우.


● 읽기 기록 : 4일째


m-나는 물 생성 계획과 관련해 수많은 문제에 봉착해 있다.

g-하이드라진. 오...소녀 중학교 때 화학선생님이 침 튀기시며 언급하셨다는데? 근데 난 바싹 말라죽을 것 같아. 닥치면 잘하려나?

참! 나 집행유예야!

춤이 절로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최악은 아니야.

춤 얘기하니 생각난다. 디스코가 어때서?


m-어디보자

g-자매품 '가만있어봐라'도 아십니까?


뉴스. 아레스 4 대원들이 당신을 구조하겠다고 밀어붙인대. 우주비행사들은 기본적으로 제정신이 아니라더라고. 고매한 사람들이래.

그들의 이마에도 빛나는 보석이 박힌 건가? 난 그 정의와 양심도 내인성 오피오이드의 작용이라 생각해. 어때 자네 의견은?


m-충전이 끝나자마자 나는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g-여어. 마크. 막사가 드디어 집이 된 거야?

당신 지금 지구인 모두에게 생중계되고 있어.

<트루먼 쇼> 봤지? 딱 그 상황이야.(말 조심해. 특히 ㅈ관련)


m-지금 나는 아주 긍정적이다.

g-이제야 긍정적이라고? 176쪽인데! 그럼 여태껏 보여 준 그 패기는 뭐야? 이야 멋진 청년.


m-화면이 까매졌다. LCD의 L은 Liquid의 약자였다. 상품평에 이렇게 올려야겠다. 화성 표면에 갖고 나갔더니 작동을 멈췄음. 10점 만점에 빵점

g- 그랬구나. L이 Liquid의 L이었구나. 고객님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다만 사용상의 블라블라블라.


z-마크. 쭉 자네를 지켜보고 있었어.

m-보세요! 젖탱이예요!

g-미친 놈.


l-난 그를 버려두고 왔어. 아무도 닿을 수 없는 그 황폐하고 우울한 황무지에.

g-난 누구를 버려두었던가. 그 황무지에.


● 읽기 기록 : 5일째


g-간밤에 당신이 삽질하는 꿈을 꿨어. 눈치 울 때마다 아버지가 그러셨잖아. 넌 공짜. 어머니도 그러셨지. 징징거리지 마라. 그래 버텨.

m-뭐랄까. 좆 된 건 맞다.

g-어허이. 누가 본다니까! 에휴. 어쩌겠어. 절망적일 땐 욕이라도 해야지. 지금쯤 엔도르핀이라도 방출되고 있을 거야. 그거 꽤 유용해.


m-이제 화성에서 감자는 멸종했다.

g-우리의 계획은 와르르 맨션? 우짜노...ㅠㅠ

m-포기하려는 건 아니야. 그냥 혹시 모르니까 이러저러한 계획을 세우는 거야.

g-크...낙관적 염세주의자여! 멋지다!

여기 사람들도 계획을 세우고 있어. 마크 일병 구하기. 미국인들은 '옳은 일'이라면 사족을 못쓰더라. <매드맥스>의 퓨리오사도 절망에서 희망을 찾고 분노를 구원으로 가는 길의 동력으로 삼더라. 그 모든 게 옳은 일이래. 그런데 왜 미국은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지?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왜 많은 이가 죽을 위험에 처하게 하지? 난 모르겠어.

어쨌든. 중국인들이 도와줄 거야. 그런데 세상 일 공짜는 없다? 음흉한 we are the world!


m-디스코라니!?

g-디스코가 어때서 2


헤르메스의 승무원들이 당신을 데리러 가기로 만장일치 합의했어. 나는 또 라이언을 떠올려. 국가, 대의명분, 선의...

라이언은 <캐스트 어웨이>의 윌슨인 건가?

그럼 마크 당신도 그들의 윌슨인 건가?

이해타산, 생을 넘어서는 고귀한 일.

하... 난 모르겠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관념적 글이 느닷없이 징그러워지는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생생하다 못해 너는 내가 되고 나도 네가 될 수 읻써어떠언! (아시는 분 계십니까) 책이 훅 다가온다. 눈물콧물 한 바가지는 아니더라도 픽션이 내 현실로 들어앉는 순간의 그 느낌. 이 책이다.



마크 와트니 우쭈쭈기 2



m-맙소사! 그들이 온단다!

z-시작해.

m-...라고 말했죠.

g-제대로 미친놈! 정신 승리? 우쨌거나 덕트신 만세! 이제 슬슬 준비해야지. 주제가보단 노동요가 좋겠어. 비지스 좋다. 딱이야.


나 오늘은 144쪽 읽었음. 총 366쪽

m-지금쯤 더 많이 읽었을 줄 알았는데.

g-컥.


● 읽기 기록 : 6일째


g-안녕, 친구. 바쁘게 지냈지? 사람들이 당신을 구하려고 난리법석이야. 그래서 나도 내 식물 친구 둘을 구조했어. 쉬다가 조한슨과 그녀의 아버지 대화를 봤거든. 이런! 남은 식량으로 버틴대. 나 운다. ㅠㅠ 남은 식량이라니...

m-모든 것을 종료하고 나자 막사 안은 소름 끼치도록 적막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냥 두고 와. 그리고 자네 팔도 한쪽 떼어놓고 와."

g-오. 퓨리오사!


m-다행히 나는 이곳을 떠날 것이다.

g-휴. 내 식물친구들 얘기했지? 그 친구들에게 생긴 문제를 진단하고 경우의 수를 생각해 시뮬레이션한 후 실행에 옮겼어. 내 계획대로라면 이 친구들은 곧 새순을 내줄 거야. 아니면? 죽거나...흠. 당신의 계획은 어때?

m-오늘은 모든 일이 계획대로 이뤄졌다.

g-그래 마크. 인생사 새옹지마!


g-MAV를 드디어 영접한 거야? 와. 이게 되네?

m-들어갔다. 그러곤 문을 닫았다.

믿어지지 않는다. 정말 떠난다니.

g- 그래... 나 그 기분 뭔지 좀 알아.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 알아? 대신 하늘 말고 동료들을 믿어. 나는 절대로 못 내릴 결정을 단번에 내리더라. 우주인들은 고매함 테스트라도 하는겨? 지독해 다들.


● 읽기 기록 : 7일째


지구촌 곳곳에 사람들이 모였다.

시카고의 한 중년 부부든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전포동의 gg는 머리카락을 꼬고 있다.

시카고의 중년 부부는 얼싸안았다. gg는 자신을 끌어안았다.


m-괴상한 식물학자 한 명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것을 쏟아붓다니.

g-그러게말야. 왜? 도파민과 엔도르핀의 콜라보인가?

실은 그게 말야. 당신은 진보와 과학, 미래의 표상이기 때문이지.

m-멋지지 않은가?

g-멋지지. 우린 우주 먼지로부터 온 미약한 존재니까. 이제 난 노르망디에서 앜. 소리 나게 데려왔는데 또 미아가 된 맷을 데리러 갈 거야.


그나저나 마크. 힘든 일이 더 있을 거야. 아직 지구에 도착한 건 아니니까. 최악은... 그래 일단 그건 접어 두고. 당분간 행복을 즐겨.

스컹크가 구린 양말에 싼 똥 같은, 그 냄새나는 몸부터 씻고. ok?



혼자 남겨졌을 때 죽을 거라 생각했나. 뜻대로 되는 게 없고, 모든 게 틀어진다. 그러나 무작정 다시 시작한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 또 해결 해결. 그렇게 가는 거다. 당신은 598쪽의 책 속에서 만세! 를 아홉 번 외쳤어. 그 아홉 번의 만세 사이에 놓인 시련과 고난과 무력함과 비통함을 나는 알아. 아니 우리는 알아. 마지막으로 내가 한 번 외칠게. 미친 와트니. 만세! 보고 싶을 거야.
그리고.
나도 만세.


도서 : 마션 - 앤디 위어

● 영화 : 마션 - 리들리 스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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